
261년 전 조선과 일본 간 문화교류의 길을 열었던 조선통신사선이 재현돼 일본 오사카항에 입항했다. 이 역사적인 장면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특별히 마련된 행사로, 양국의 우호 관계와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2일 오전, 오사카 남항 오즈 부두에서는 한국 전통 군악대인 취타대의 힘찬 연주와 함께 조선통신사선의 입항을 알리는 환영 행사가 열렸다. 조선통신사선이 부두에 닻을 내리자, 배에서 내린 항해단과 정사 등 10명의 승선 인원은 현지 주민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어진 공식 입항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주오사카대한민국 총영사, 오사카시 부시장, 오사카 역사박물관장,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을 비롯한 한일 양국의 주요 인사와 현지 시민 약 2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한 듯한 분위기였다.
다카하시 토오루 오사카시 부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조선통신사선이 261년 만에 다시 오사카에 입항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자 오사카 엑스포에서 한국의 날이 열리는 뜻깊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조선통신사는 과거 양국 간 문화와 지혜를 공유한 상징이었다"며, 이 역사적 재현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기념사를 통해 "감격스러운 순간"이라는 말로 입항 소감을 밝혔다. 그는 "1764년, 조선의 통신사들이 도착했던 바로 이 오사카항에 오늘 다시 조선통신사선이 닻을 내렸다"며, 이번 입항이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과거의 평화와 문화 교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순간임을 강조했다.
그는 조선통신사선을 “사절단을 태운 단순한 선박이 아니라, 한일 국민들의 마음을 이어주던 징검다리”라고 표현하며,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장기간 외교와 문화교류를 이룬 양국 간 상징적인 존재”라고 평가했다.
이어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261년 만에 당시 통신사선의 모습을 복원해 다시 오사카에 입항하게 된 것은 큰 감동"이라며, "과거보다도 지금의 한일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우정과 친교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선통신사선 재현이 미래 세대에게 역사적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며, "이 배처럼 한국과 일본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입항식 이후에는 승선 체험과 함께 배 안에 마련된 선상 박물관 관람, 그리고 한국 전통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현지 주민들은 조선 시대 검무와 취타대 연주를 감상하고, 한국의 민요 ‘아리랑’과 일본 민요 ‘쿠르사또’를 함께 부르며 조선통신사선의 입항을 축하했다.
현장을 찾은 한 오사카 시민은 "조선통신사선을 직접 보고 싶어 어제도 미리 와봤고, 오늘 입항식에도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매우 아름다운 배가 도착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배를 통해 양국 간 우정과 평화의 메시지가 널리 전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21세기 조선통신사 한일우호네트워크’의 한 회원은 “통신사들이 타던 배를 실제로 복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고야에서 오사카까지 왔다”며, “배가 작고 예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통신사가 중요시한 우호 관계의 정신이 세계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선통신사선은 15일까지 오사카에 머무르며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상 박물관과 문화공연 행사를 진행한다. 이후 효고현 다쓰노로 이동해, 오는 25일 시모노세키에서 열릴 환송식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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