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대규모 유급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구제 조치에 대해서는 기존 학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현실적인 제도 변경은 어렵다고 밝혔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약속드린 결과에 미치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의대 학사는 지난 5월 7일자로 일단락됐다”고 설명하며, 지난 1년여간 이어진 교육 파행 상황의 마무리 국면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의료개혁안을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대규모로 수업을 거부하며 학내를 떠났다. 이후 교육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교육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재조정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등록 후 수업 거부'는 계속됐고, 결과적으로 사상 초유의 유급 사태가 발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 40개 의과대학 재학생 1만9475명 중 8305명(42.6%)이 유급 처분을 받을 예정이며, 제적 예정자는 46명(0.2%)으로 나타났다.
김홍순 국장은 "보통은 단과대학별 성적 평가가 끝난 후 유급 여부가 결정되며, 한 학기에 한두 명 정도 유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이번에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부 대학은 행정 처리를 조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역시 원칙에 따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급 사태에 대한 학생 구제 방안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김 국장은 “5월 7일 공문을 받은 이후 내부 결재를 거쳐 대학들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정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학칙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학칙 변경 없이 유급을 면제하거나 보완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트리플링(tripling)' 현상(여러 학년 학생들이 동시에 같은 교육 과정을 이수하며 발생하는 교육 과밀 현상)에 대해서도 김 국장은 “내년에 1학년 수업을 듣게 될 인원은 약 5500~6100명 수준으로, 1만 명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며 “예과 교육은 정상적으로 운영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수치는 현재 수업을 듣고 있는 최대 2000명의 재학생, 학사경고나 일부 과목 수강 신청 등으로 인해 2학기에 정상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 2700명, 지난해 2학기에 1년 휴학을 선택한 2024학번 학생 475명, 그리고 군 휴학 중인 2024·2025학번 학생 560명을 반영한 계산 결과라고 덧붙였다.
본과(의학과) 교육에서도 인원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국장은 “내년에 예과 1학년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본과로 진입할 때는 군입대, 학교 이동 등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본과에 있는 학생들도 군 복무 등으로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도 이미 마련해둔 상태다. 김 국장은 “3월 7일 교육 정상화 방안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의료원, 2차병원 등 임상실습 병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임상실습뿐만 아니라 레지던트 수련기관과도 연계해 수련 여건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대학에서는 예과 유급 비율이 특히 높고, 수업 참여율이 낮은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김 국장은 “2학기부터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복귀할 경우, 대학별로 실태를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 9일 김홍순 국장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을 고발한 데 대해 김 국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억지로 끌어붙인 견강부회(牽强附會)”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의대협 일부 간부들이 집단 자퇴를 결의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김 국장은 “실제 자퇴서를 제출한 사실은 없으며, 해당 결의는 그날 저녁에 바로 철회됐다고 들었다”며 “오히려 자퇴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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