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둘러싸고 약 11시간 48분 동안 이어진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했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 시작된 무제한 토론은 자정을 넘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며 국회 본회의장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최 의원은 23일 정오를 조금 넘긴 오후 12시 19분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섰다. 이후 발언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자정을 넘긴 24일 오전 0시 7분께 토론을 마치면서 약 11시간 48분에 달하는 장시간 무제한 토론이 종료됐다. 최 의원은 발언 전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 실제 조문 내용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법안이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 “피해자 보호 아닌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최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국민의 발언과 표현을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확산되는 불법 정보와 허위 정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 보호보다는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 정부 비판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적 토론의 공간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했다.

■ 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

특히 최 의원은 개정안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 조항을 핵심 쟁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손해액의 몇 배에 이르는 징벌적 배상 규정이 결합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제재가 실제로 누구를 위한 장치인지 되물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과 탐사보도 기자,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과 1인 미디어 종사자, 유튜버,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법안이 거대 권력자를 견제하기보다는 권력을 비판하는 주체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론 형성과 공적 토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들이 법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최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이후 여당 측에서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서며 본회의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과 처리 절차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필리버스터 진행 과정에서도 신경전은 더욱 격화됐다.

■ 필리버스터 사회 거부 둘러싼 국회의장·부의장 갈등

특히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사회를 맡는 것을 거부한 일을 두고 본회의장 안팎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3일 본회의 도중 주 부의장에게 같은 날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무제한 토론 사회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장시간 이어진 본회의로 인해 의장과 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에게 과도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주 부의장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강조해온 민주당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 자신이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최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양 교섭단체로부터 합의된 의사 일정을 지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법에 명시된 무제한 토론의 정상적 운영 책임과 의장의 요구를 거부한 주 부의장의 태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본회의장 고성 속 큰 충돌은 피해

우 의장은 앞으로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무제한 토론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양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발언을 계기로 여야 의원들은 의장이 제시한 사회 교체 시점인 오후 11시에 맞춰 본회의장에 모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만약 국회의장이 본회의 정회를 선언할 경우 이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기류도 형성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회의장이 불합리한 정회를 강행할 경우 공정한 본회의 진행을 위한 정당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오후 10시 30분까지 본회의장에 집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우 의장이 정회를 선언하지 않으면서 물리적 충돌이나 본회의 파행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오후 11시를 전후해 민주당 의석에서는 주 부의장의 사회 참여를 요구하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발하며 맞서는 등 날 선 발언이 오갔다.

■ 종결 동의안 제출…법안 처리 수순 전망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최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이 절차에 따라 24시간이 경과하면 필리버스터는 강제로 종료될 수 있으며, 해당 법안은 24일 정오를 전후해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여당 주도로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 유포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법안 처리 과정 전반에서 국회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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