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조치를 잠정적으로 허용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일단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하급심 법원이 내린 복무 금지 행정명령의 효력 정지를 뒤집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 직후 서명한 트랜스젠더 군 복무 전면 금지 행정명령의 시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애틀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이 각각 내린 집행 정지 결정을 무효화한 것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현재의 대법원이 행정부의 조치에 힘을 실은 셈이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7일,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 정체성은 군인의 정직하고 절제된 삶의 방식과 충돌한다"며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와 복무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국방부는 2월 중순 각 군에 30일 이내로 트랜스젠더 병력을 식별하고, 그로부터 다시 30일 안에 퇴출 절차를 시작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단, 전투력에 직접 기여한다고 판단되는 병력에 대해서는 예외적 복무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탈의실과 샤워실 등 성전환 이후의 성별 기준 시설 이용은 제한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시애틀 연방법원은 지난 3월, 해당 행정명령이 "논리적 근거 없이 편견에 기반한 정책"이라며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원은 특히 19년간 미 해군 전투 조종사로 복무한 트랜스젠더 지휘관의 사례를 인용하며, "그녀는 어떤 해악도 끼친 적 없으며, 오히려 정직성과 희생정신, 단결력 등 군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날 하급심 판결을 뒤집음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금지 조치는 다시 시행될 수 있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 결정으로 인해 약 1만 5,000명에서 2만 5,000명 사이의 트랜스젠더 현역 군인과 입대를 준비 중이던 이들이 군 복무 자격을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소송을 제기한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일시적으로 합법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연방정부 차원의 트랜스젠더 의료 지원 금지, 성소수자 학생의 스포츠 출전 제한, 남성과 여성 외 성 정체성 인정 불허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성소수자 권리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