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소득·고용 등 핵심 통계 102건 이상 조작
청와대-국토부-통계청 압박 정황까지 확인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이 주택, 소득, 고용 등 국민 삶의 핵심을 이루는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러한 조작은 무려 4년 5개월 동안 이뤄졌으며, 통계 수치 왜곡과 그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확인됐다.
감사원은 17일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원을 압박해 집값 통계를 포함한 주택 가격 정보를 수정하도록 지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최소 102건 이상의 통계 수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소득 통계, 고용 통계까지 정부 정책 효과를 왜곡하기 위해 자료가 임의로 수정되었고, 해당 기관 관계자 31명에 대해 징계 및 인사 조치가 내려졌다.
감사 대상에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가계동향조사, 경제활동인구조사 등 국가 핵심 통계가 포함됐으며, 감사원은 관련자 중 14명에 대해 징계를, 17명에 대해서는 인사자료 통보를 했고, 국토부와 통계청에는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국토부·통계청·부동산원 등 소속 22명은 이미 검찰에 수사의뢰된 점을 감안해 별도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포함됐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에 주택 통계를 사전에 제공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통해 수치를 하향 조정하도록 압박했다. 부동산원이 최소 12차례 조사 중단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통계 제공 범위를 확대해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매매 및 전세 가격까지 확대 적용됐다.
특히 2018년에는 서울 양천과 성남 분당의 매매가격 변동률을 낮추도록 지시했고, 8·27 부동산대책 발표와 관련해서는 용산·여의도 개발계획 보류 내용을 근거로 통계 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 실제로 0.67%였던 주중치가 0.45%까지 낮춰 공표됐다.
2019년에는 대통령과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변동률 하향을 요구했고, 국토부 고위 관계자들은 부동산원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직접 압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여권에 불리한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통계 제공 요구가 늘어났고, 특히 강남 4구의 경우는 주간 변동률이 일관되게 ‘0.00%’로 유지되도록 수치를 조작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7월 13일 발표된 주간 변동률 속보치가 0.12%로 나오자, 대통령실은 “국토부는 지금 뭐하는 거냐”고 질책했고,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149차례나 표본가격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변동률은 0.09%로 낮춰져 공표됐다.
이외에도 부동산원은 표본가격 자체를 시장 시세와 맞지 않게 조정하거나, 신표본 도입 시 이미 확정된 과거 가격까지 일괄 상향하는 등 전산 데이터 조작을 감행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8~10월 사이 서울 주택 가격 변동률은 10주 연속 0.01%로 공표됐고, 강남 4구는 14주 연속 0.00%로 발표됐다.
소득 통계 부문에서도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 통계청은 2017년 2~4분기, 2018년 1분기 가계소득이 감소하자, 정당한 통계 원칙을 어기고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왜곡했다.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5.95로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청와대는 통계청에 개인정보를 포함한 통계자료를 미리 제공하라고 지시하고, 노동연구원을 통해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개선한 것처럼 발표하게 했다.
고용 통계에서도 2019년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대통령실은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전 수치와 비교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보도자료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통계청은 이 요구를 반영해 내용을 변경해 발표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단순한 실무적 오류나 판단 착오를 넘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 통계 조작과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국민 경제와 밀접한 국가 통계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된 만큼, 통계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통계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야 할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청와대와 부처 간 구조적 압박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향후 동일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통계 생산 및 관리 체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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