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가 11일 오후 서울 안암동 소재 크로스빌딩 5층에 있는 한국신학아카데미 세미나실에서 ‘2025년 봄학기 혜암 이장식 교수 기념 학술세미나’를 ‘구약 율법과 신약 복음의 구원관’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 “율법 순종, 온전한 구원에 이르는 은혜의 방편”
이날 세미나에서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 총장)가 ‘구약성서의 율법의 구원관’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정 교수는 “율법은 구약 시대에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 관계의 조건이었다. 그것은 여기 하나님의 뜻으로서 조건이 충족할 때, 거기서 인간은 축복과 안전과 평화를 경험하는 하나님의 신실한 언약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회는 율법을 행함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이신칭의 구원론을 앞세워 구약에 제시된 율법의 의미를 간과하는 것 같아 유감스럽게 여겨진다”며 “이신칭의 구원론이 과연 구약 율법의 구원관과는 무관한 채, ‘정말 믿기만 하면 구원이 보증되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의 역사는 아담 이후, 여러 족장 시대를 거친 후 여호와 하나님이 다시 아브라함을 그의 백성으로 택하시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제시하면서 거기서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과 그로 인하여 모든 민족이 복을 받는 축복의 근원이 될 것을 약속한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민족 형성의 약속은 먼저 이방 나라 애굽에서 성취되었고 하나님은 모세를 지도자로 세워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구원의 순례길을 펼치게 한다”며 “애굽 땅의 노예 생활에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해 내는 하나님의 구원에 여러 기적이 동반되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시내 산에서 직접 성문화한 율법(돌비)를 제시한 일이다. 그것은 10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십계명이었다”고 했다.
이어 “십계명은 하나님이 자신을 인간에게 나타낸 의지의 선언이면서 동시에 그의 백성이 모든 죄악과 억압과 착취에서 자유로운 해방의 삶을 보장하려는 참된 자유를 향한 약속(언약)의 선포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것은 선택된 그의 백성에게 나타낸 하나님의 뜻이며, 약속한 축복의 언약으로서 구원의 본질을 나타낸 것이 분명했다. 십계명 외에도 하나님의 율법은 더 많은 법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율법에 불순종한 자가 죄를 회복하는 방편으로 종교 의식법이 제시되었으며, 그 외에도 레위기와 신명기에는 제사장의 직무 수행법을 비롯해 각종 절기 법, 통치자의 판결법, 가족과 부부 사이에 요구된 도덕적인 법, 십일조에 관한 법 등이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법들은 오늘날 ‘모세의 율법’ 또는 ‘토라’로 부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세 사후, 여호수아에게로 계승된 이 율법은 가나안 정복과 정착 과정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따라 살아야 함을 강조하며, 순종이 곧 구원의 길임을 재확인시켰다. 율법은 단순한 규율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에서 비롯된 선물로, 그 목적은 백성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에 응답하게 하는 데 있었다. 이는 ‘하나님을 마음과 성품과 힘을 다해 사랑하라’는 명령에서 잘 드러나며, 율법 순종은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행위로 이해된다. 또한, 율법은 인간이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아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이끄는 수단으로, 그 본질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성경 전체의 중심 교훈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율법은 하나님 백성이 질서 있고 거룩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영적 훈련의 도구였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경험한 40년의 훈련은 율법에 따른 삶을 실천하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오늘날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교훈이다. 베드로후서의 가르침처럼, 신의 성품에 참여하기 위한 인격 수양과 훈련은 율법 순종을 통해 이뤄지며, 이는 온전한 구원에 이르는 은혜의 방편이자 하나님 백성의 삶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은 에스라와 느헤미야를 중심으로 성전 재건과 율법 준수를 통해 여호와 하나님과의 언약을 회복하고자 했다. 초막절을 지키고 율법을 낭독하는 등의 개혁은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들은 율법의 형식은 따랐을지언정 본질인 하나님의 사랑과 거룩함의 요구를 온전히 따르지 못했다. 말라기 선지자는 이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한 제사장들과 백성의 불순종을 지적하며, 메시아를 통한 새 언약의 도래를 예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율법에 대한 불순종은 단순한 의무 태만이 아니라, 율법의 목적과 정신을 망각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계명의 형식은 지켰으나 그 근본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외면했다. 이사야 선지자는 백성들이 의식만 행하며 실천 없는 신앙을 지속한 것을 지적했고, 하나님께서는 그런 외형적 신앙을 거절했다. 진정한 계명 순종은 의식보다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진실한 마음에 있다는 교훈을 이사야의 경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이스라엘의 율법적 구원관은 그들의 역사 속 불순종과 외식으로 인해 본래의 권위를 상실했고, 이에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 언약을 세우셨다. 예수는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 오셨고, 율법의 본질은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성취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신약의 성도는 율법을 복음의 빛 가운데 해석하며, 율법과 복음 사이의 연속성과 연결성을 인식해야 하며, 이제는 형식이 아닌 믿음의 순종으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 “율법 실천, 구원 감격에서 오는 자발적인 반응”
한편, 발제 이후 논찬은 김선종 교수(한세대학교)가 맡았다. 김 교수는 논찬에서 “정일웅 박사는 한국의 개신교회가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이신칭의 구원론을 앞세워 구약에 제시된 율법(계명)의 의미를 간과하는 현실을 유감으로 여기며, 구약의 율법에 나타난 구원관을 십계명이 제정된 목적과 관련하여 구약의 구원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글이 제시하는 근본 문제의식은 과연 이신칭의 구원론이 구약 율법(십계명)의 구원관과 무관한 채, 믿기만 하면 구원이 보증되는가의 문제제기이고, 그러한 구원관은 매우 편협한 구원관이라는 점을 결론짓는다”고 했다.
그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말씀’이라는 종교개혁가들의 모토는 율법 준수의 강령과 모순되거나 대치되지 않는다. 구약은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가르침으로서의 율법을 지킴으로써 살 것을 말하는 동시에, 마음이 없는 형식주의적 행위도 비판한다(사 26:13; 렘 29:13)”고 했다.
김 박사는 “예수님도 입은 하나님께 가깝지만 마음이 멀다는 이사야와 예레미야의 비판을 가감 없이 인용하신다(마 7:21-23)”며 “율법을 실천하는 것은 심판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감격에서 오는 자발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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