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지속 유포했을 때, 경우에 따라 이를 처벌할 수도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법상 국민 기본권인 양심·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유사 차별금지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국혁신당 소속 정춘생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황운하, 서왕진, 김준형, 이해민, 신장식, 박은정, 차규근, 강경숙, 김선민, 백선민 의원은 최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법안 제안 이유로 “최근 유튜브·SNS에 대한 국민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일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이 같은 매체를 통해 선거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 심각한 국가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극적인 허위 사실을 유튜브를 통해 확대·유포해 이를 유튜브 구독자 및 구독 수를 늘리는 등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적 불안감과 공포심을 자극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려고 한다”고 했다.
해당 공선법 개정안은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1항(선거의 자유방해죄)에 4호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법 집행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집회 및 시위를 이용하여 공연히 사전투표·투표 및 개표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한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길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재갈을 물리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헌제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한국교회법학회 회장)는 “헌법상 양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부정선거 자체가 이슈화된 상황에서 공론장에서 다른 정치적 의견 개진이나 논의 자체를 틀어막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박성제 법무법인 추양 변호사는 “특정 단체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을 법적 처벌을 통해 재갈 물리는 차별금지법안과 유사한 법안”이라며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명백히 맞는지 아닌지 밝혀지기도 전에 입 다물고 있으란 얘기”라고 했다.
한반도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이재원 법무법인 을지 변호사는 “어떤 사건에 대해 사람마다 자기 생각이 있고, 이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며 “그런데 부정선거 의혹 제기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표현이 명백한 증거를 전제로 허용돼야 한다면, 모든 국민들은 입을 닫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독재자들만 입을 열고, 그런 사람들의 선전·선동만 횡행하게 될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는 질식해 지옥 같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와 선거 사무원 폭행 등을 명시한 선거의 자유방해죄는 법적 체계가 서로 다르며,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기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집행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 선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처벌하기보단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등 다수 유력 정치인이나 인사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과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등에서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국정원은 지난 2023년 10월 보도자료에서 선관위·한국인터넷진흥원(KISA) 2개 기관과 합동으로 그해 7-9월 사이 선관위 서버 점검 결과 선거인명부시스템·개표시스템·사전투표시스템 등 관련 해킹 대응 취약점 다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존재하지 않은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 “시스템 보안취약점으로 암호 해독이 가능해 특정 유권자의 기표 결과를 열람할 수 있었다” “보안관리가 미흡하여 해커가 개표 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등이 적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담화문에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가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성제 변호사는 “선관위 아래 법원이 있어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재원 변호사는 “부정선거 의혹은 공론장에서 선관위와 의혹 제기 측이 명백한 증거 제시를 통한 토론으로 해소할 부분”이라며 “법적 완력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찍어 누르는 것은 법 만능주의적 행태로, 법적 질서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성제 변호사는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정치권력을 잡는다면, 공선법 개정안을 발판으로 기독교의 종교의 자유를 비롯해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그땐 제어장치도 없기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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