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을 통해 이루시는 구원과 회복(이사야 1:21-31)
이사야서의 서론(1:1-2:5) 세 번째 단락인 1:21-31은 언약 백성의 죄악으로 인해 더럽혀진 시온을 하나님께서 철저한 심판을 통해 다시 거룩하고 정결하게 회복하시려는 계획을 소개한다.
먼저 21-23절은 시온의 과거와 현재를 대조하면서, 여호와의 심판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한다. 이사야서에서 시온(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이신 여호와와 그의 언약 백성이 함께 거주하는 성읍이다. 따라서 시온은 하나님께서 택하셔서 결혼하신 정결한 아내인 동시에 언약 백성의 어머니로 묘사되기도 한다(사 50:1; 54:1-10 참조). 여호와께서 택하신 시온은 본래 "신실하던 성읍"이었고, "정의"와 "공의"라는 주민들(또는 비유적으로 자녀들)로 북적였었다. 그런데 시온은 타락한 자들로 인해 더럽혀졌다. 시온의 상인들은 속임수를 일삼았고, 그 지도자들은 자기의 유익을 위해 공동체의 약자들을 압제하였다. 그 결과 시온은 "살인자들"만 북적이는 성읍이 되었고, 여호와의 사랑 받던 아내에서 "창기"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거하실 수 없이 더럽혀진 시온은 여호와의 대적(내 대적, 내 원수)이 되었다. 우주의 주인이자 강한 용사이신 여호와(주 만군의 여호와)께서 무서운 진노로 보복 전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신 것이다(24). 여호와께서 이미 앗수르의 침략(주전 701년)을 통해 시온의 주민들에게 엄중히 경고하셨지만, 그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영적인 무감각에 빠져있었다(1:2-9). 무서운 징계 중에도 남겨두신 "생존자들"은 회개로 돌이키기는커녕, 여호와께서 시온에 왕으로 임재하시는 한 "상수리나무"나 "동산"(정원)처럼 풍성함을 누릴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29; 시 46:4-8; 48:1-8 참조). 여호와께서는 이제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최종적 심판을 계획하고 계심을 알리신다. 이 심판으로 "패역한 자들", "죄인들", "여호와를 버린 자들"은 마치 삼오라기가 불에 타서 소멸하듯이 완전히 멸망 당할 것이 예정된 것이다(28-31).
그런데 놀랍게도 여호와께서는 이토록 무서운 심판의 궁극적인 목적이 시온의 멸망이 아님을 알리신다. 이 심판은 시온을 온전하게 회복시키시려는 여호와의 은혜로운 조치라는 것이다(25-27). 마치 제련을 통해 혼잡물을 제거하고 순전한 광물을 얻는 것처럼, 여호와께서는 패역한 자들과 죄인들에 대한 심판을 통해 시온을 정결하게 회복하시겠다는 것이다. 시온을 “정의로,” 그의 돌아온 자들을 “공의로” 구속하심을 통해, 시온을 원래의 모습 즉 “의의 성읍, 신실한 고을”로 회복시키시겠다고 선언하신다.
본문을 통해 제시하는 시온의 회복을 위한 여호와의 계획은 부분적으로는 고레스의 칙령(주전 539년)을 통해 바벨론 포로를 예루살렘으로 회복하심으로 성취되었다. 그러나 그 궁극적인 성취는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임하셔서 구원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졌다(요 1:1-18). 우리는 죄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영원히 멸망했어야 할 "진노의 자녀"(엡 2:1-3), 하나님의 "원수"(빌 1:21)였다. 그러나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를 속량하셨고(엡 1:7), 우리를 의롭다고 하셨고(롬 5:24-26), 거룩하고 흠 없는 자들로 여기셨다(골 1:22). 그뿐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교회로 부르셔서 하나님이 임재하실 거룩한 처소, 그의 성전으로 지어가시는 은혜를 누리며 살아가게 하셨고(엡 2:21-22), 어린 양의 정결한 신부로 삼으셨다(계 19:7-8).
이토록 놀라운 은혜로 말미암아 주님의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죄악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정결한 신부요, 그의 거룩한 성전으로서 매일 매 순간을 진실하고 성결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고전 3:16-17, 고후 11:2-3). 또한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회의 터이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순전한 복음으로 교회를 든든히 세워, 마지막 날에 주님께 칭찬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고전 3:10-15).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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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