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오른쪽)와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via RIA
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푸틴의 전쟁을 지지한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를 겨냥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6일(이하 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키릴 총대주교가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반복적으로 남용했다"고 밝혔다.

트러스는 이번 조치가 “강제 이주와 어린이 입양 등 우크라이나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져온 푸틴의 전쟁 주범과 가해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푸틴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는 데 지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푸틴의 동맹국들은 전쟁 범죄 혐의를 외면하고, 그의 유혈 공격을 지지하는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재 대상에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서 2천 명의 아동의 러시아 강제 입양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마리아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권 옴부즈맨이 포함됐다.

또 푸틴의 측근인 세르게이 사보스티야노프 모스크바시 하원의원도 푸틴의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 밖에도, 러시아 정부가 군사 물품 수송을 위해 교량 건설 계약을 맺은 러시아 운송 회사 ‘볼가-드네프르 그룹(Volga-Dnepr Group)’의 사장 겸 이사인 알렉세이 아이사이킨도 제재 대상이다.

또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민간을 살해, 강간, 고문한 것으로 알려진 부대인 ‘러시아 제64자동화소총여단’ 소속 대령 4명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헤르손주 점령 러시아군 지원 단체인 ‘평화질서를 위한 구제위원회(SCPO)’도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자산 동결 등 개인에 대한 직접 제재와 더불어, 러시아 비행기의 영국 상공 비행이나 공항 착륙, 러시아 선박의 영국 항구 이용도 전면 금지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레고이다 러시아 정교회 대변인은 영국의 제재가 “러시아 교회의 수장을 위협하거나 견해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고, 터무니없으며, 소용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가톨릭뉴스서비스(CNS)가 보도한 성명문에서 그는 “총대주교의 가족은 수년간 불경한 박해를 받았고, 그 자신도 신앙에 대한 엄청난 압력 아래 성장했고, 그 믿음에 대해서는 항상 명예롭게 저항해 왔다”면서 “특히 지금 교회는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파괴하려는 마지막 다리이자 소통 수단이다. (제제 조치는) 갈등 고조와 평화 소외를 주된 목표로 삼는 정치 세력에게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2월말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최소 4509명이 사망하고 5585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1200만에서 14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27%에 달한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성 니콜라스 정교회가 키릴 총대주교의 침공 축복에 반대하며 러시아 정교회 탈퇴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정교회 사회문제위원회(The Orthodox Public Affairs Committee, 이하 OPAC)도 3월말, 러시아 정교회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공모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우크라이나나 정교회 지도부는 키릴 총대주교의 러시아 침공 지지를 비판하며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과 자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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