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 총사퇴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 총사퇴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6·1 지방선거 참패의 충격으로 더불어민주당이 2일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시계제로의 혼돈 속에 빠져들게 됐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모두 물어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 뒤 석 달도 안돼 또다시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비대위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먼저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평가와 정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13일 대선 패배 후폭풍 수습을 위해 출범한 윤호중·박지현 '투톱' 비대위는 이로써 81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당초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를 오는 8월말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유지할 방침이었다. 비대위 체제에서 지방선거를 치르고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 선출도 준비할 예정이었지만 지방선거에서 기록적 참패를 당함에 따라 조기 사퇴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새 지도부 출범 전까지 박홍근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향후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등 절차를 밟아 새 비상기구 출범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비대위의 비대위'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전남·전북·광주 외에 제주·경기 등 총 5곳의 광역단체장을 얻는 데 그치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12곳을 내준 2006년 지방선거 이후 가장 큰 패배를 당한 만큼 지도부 총사퇴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대선과 지선 2연패로 행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내준 최대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불러올 혼란은 가늠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0.73%포인트라는 역대 최소 표차로 석패한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지선 참패는 '질서 있는 수습'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뒀던 만큼 당내 분란을 수습할 리더십 부재 속에 대선과 지방선거 2연패의 책임론을 놓고 극심한 내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여기에 차기 당권이 걸려 있는 8월 말 전당대회까지 맞물려 있어 그동안 잠복해 있던 친이재명(친명)계와 친문재인(친문)계 간 계파갈등과 당내 주도권 다툼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 입장을 밝힌 바 없지만 당내에서는 그의 8월 전당대회 대표직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 후보가 지방선거 참패 속에 사실상 홀로 살아남은 것을 놓고 당내에서는 '이재명 효과'가 역풍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어 계파갈등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장 친문계 의원들은 이날 대선 패장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지방선거 패인으로 지적하며 '이재명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이 후보가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인데도 0.73%포인트차의 '졌잘싸'로 포장하고 보궐선거 선수로 직접 등판하면서 지방선거 전체를 수렁에 빠뜨렸다는 시각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와 맞붙은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탓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국민들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일 것인데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고 어느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도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고 꼬집었다.

친문 재선인 신동근 의원은 혁신 비대위 구성을 위한 비상 의원총회를 요구하면서 "더 이상 '졌잘싸'식으로 뭉개고 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대선, 지선 패배에 책임있는 지도부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의 요구로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의 '품앗이' 공천을 했고 지방선거를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결말이 난 원인 분석은 어렵지 않다. '졌잘싸'로 대선 패배의 민심을 오판하고 호도한채 패자가 승자처럼 행동한데 있다"며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에서 가장 책임이 큰 분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문계 강병원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당이 사당화되면서 책임정치, 건강한 토론과 생산적 비판이라는 민주당의 강점은 사라졌고 국민의 뜻을 가벼이 여기는 오만과 아집만이 남았다"며 "'졌잘싸'라는 상식과 동떨어진 자의적 평가 속에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마땅할 분들의 출마로 국민께 또다시 실망을 드렸다"고 썼다.

이낙연계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춘숙 의원도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반성과 평가가 없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았다"며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공천을 했고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당의 행태가 이어졌다"고 적었다.

친문이나 친명에 속하지 않은 '소신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보궐선거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간신히 경기도에서 이겨서 조금 할 말은 있지만 이번 대참패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깔끔하게 전당대회에 출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당대표로 나오는 것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 판에 대한 일정한 조율 정도 그리고 숙고의 시간(을 갖는) 이런 게 좋겠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에서는 대선과 지선 패배의 책임을 이 후보에게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친문계와 충돌하는 모습이다.

친명계에는 이 후보가 이번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 입성 후 차기 당 대표로 거대 야당을 이끌게 되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당내 기반을 다지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썼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은 "제대로 싸우고 실력을 보여줘야 견제세력으로 인정받을텐데, 협치를 외치면서 번번히 자리를 내주고 제대로 싸우지 않는데 우리 지지층이 보기에 우리가 뭐가 이쁘다고 찍어 줄 맛이 나겠냐"며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형식은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갈등으로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당초 8월 말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앞당겨 서둘러 리더십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의 비대위 역할을 할 임시 위원회에 계파갈등을 중재할 만한 당 원로급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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