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 이래진 씨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뉴시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 이래진 씨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자료 공개'를 약속한 가운데, 윤 당선인 취임 이후 피살 당시 자료가 실제로 공개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며 해당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경우 최장 15년간 비공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피살 공무원의 유족 측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경우 '정보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이 무용지물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윤 당선인도 후보 시절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며 진상 규명을 약속했지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경우 현실적으로 마땅한 방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최봉희·위광하)는 피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양경찰청(해경)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 항소심을 심리 중이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고, 다음 날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경은 언론을 통해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이씨는 "동생의 사망 경위를 알려달라"며 국가안보실이 해경,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관한 서류 등을 공개할 것을, 해경의 경우 초동수사 자료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1심은 "국가안보실과 해경이 이 사건과 관련해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을 열람 방법에 의해 공개하라"며 지난해 11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국가안보실과 해경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핵심 변수는 항소심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씨 측은 문 대통령이 퇴임하며 해당 자료들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장 15년간 자료가 비공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 당선인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27일 SNS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또 같은달 31일엔 국민의힘 당사에서 A씨의 부인과 아들을 만나 진상을 밝히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관련 자료 공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취임 전에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현재 진행 중인 정보공개 청구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국가안보실이 항소를 취하할 경우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1심 판결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씨 측 소송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과 법원 판단이 충돌한다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법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법조인마다 의견이 갈리겠지만 법원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으니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기 이전에 나온 판결인 만큼 1심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판결 효력이 미치지 못해 공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만약 윤 당선인의 항소 취하로) 1심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도 (대통령기록물 지정은) 1심 판결 이후 새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히 법적 쟁점이 있는 문제"라면서 "(정보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 효력이 미쳐 정보가 공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것을 1심 판결문에만 기초해 공개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그것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단순히 1심 판결문을 가지고 법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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