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수 원장
최봉수 원장

40대 중반의 한 여성분이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수개월 전부터 종종 항문 안쪽이 뻐근하고 위로 당기는 듯 불편하며, 때때로 욱신거리는 통증도 있다고 합니다. 이 분은 배변을 할 때도 힘이 많이 들고, 시원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통증이 오면 꼬리뼈 쪽으로 뻗치기도 하여 처음에는 정형외과를 방문하여 검사도 받고 물리치료도 받았으나 그때뿐이고, 혹시 대장암인가 하는 불안감에 내과에 방문하여 대장내시경도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항문과클리닉에 드물지 않게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증상입니다. 항문경 검사상에도 치질이나 특별한 항문질환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 분은 직장항문의 기능적 질환인 항문거근증후군으로 진단받았습니다.

 

항문 입구에서 위쪽으로 4~5cm 정도까지 항문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층의 근육뭉치를 항문거근이라고 하는데, 이 근육층은 배변 자제와 배변 유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적 근육군입니다. 어떠한 원인에 의해 이 근육층의 과도한 긴장 상태가 유지되거나 경련 상태가 지속되게 되면, 항문 안쪽에 뭐가 낀 느낌, 항문이 빠지는 듯한 통증, 당구공을 깔고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 등으로 표현되는 불편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배변 시 힘을 많이 주게 되거나, 변을 본 후에도 덜 본 것 같은 증상, 혹은 배변 이후 발생하는 항문 위쪽의 통증 등 배변 관련 증상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군을 가지는 상태를 항문거근증후군이라고 합니다.

항문거근증후군의 뚜렷한 원인은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대게 과로하거나 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예민하고 정교한 일이나 작업을 지속하게 되는 경우, 평소 배변 시 습관적으로 힘을 과도하게 주는 경우,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이전의 항문수술이 이런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인의 15% 정도에서 항문거근증후군이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꽤 흔하게 나타나며, 특히 중년 이후 여성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이나 x-ray, CT 등의 영상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직장항문생리검사 같은 특수한 검사를 통해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항문 내진 시 안쪽에서 촉지되는 수축된 항문거근과 그 부분을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면 항문거근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항문거근증후군은 통증과 불편함을 주는 기능적 질환이므로 위험하거나 걱정해야 할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배변생활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 수 있으므로, 유사한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타 질환과의 감별을 포함한 정확한 상태 파악이 필요합니다.

위험한 병이 아닌 만큼 우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증상의 특징에 따라 적절한 대증치료 및 관리를 하여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항문거근증후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배변 시 오래 앉아 있거나 힘을 많이 주는 것을 피하고, 변비 증상에 대해서는 식이섬유 섭취, 운동 등 적절한 관리를 합니다.

② 장시간 앉아있는 작업을 하는 경우, 자주 일어나서 걷거나 누워 쉬는 등의 휴식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③ 배변 후를 포함하여 하루 2~3회 따뜻한 물로 좌욕 혹은 반신욕을 하여 항문 주변 근육을 풀어줍니다.

④ 심리적으로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도록 합니다.

최봉수 원장

최앤박내과외과 대표원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과전문의
대장항문 송도병원 전임의 및 과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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