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던 모습. ©뉴시스

검찰이 1년7개월 동안 진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수사심의위는 삼성그룹의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 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주식회사 삼성물산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이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및 이 부회장 등 불기소 권고에 따라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며 기소 의지를 드러냈던 검찰이 궁지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심의에 참여한 13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기소 반대 의견을 냈다. 참석한 한 위원은 "압도적"이라는 표현으로 수사심의위 결정에 힘을 실었다.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당한지, 주요 혐의가 성립되는지에 대해 외부의 판단을 받겠다는 삼성 측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반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며 기소 의지를 드러낸 수사팀 입장에서는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게 됐다. 검찰시민위원회의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판단 등을 포함하면 이 부회장 측에 내리 3연패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결정에 따라 수사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당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는 사유를 '범죄 혐의 소명'으로 해석하면서 기소 의지를 드러냈지만, 외부 위원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수사 자체를 중단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1년7개월을 끌고 온 수사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를 중심으로 '삼성 물고 늘어지기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도 있다.

수사팀이 이 같은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에 그쳐 수시팀이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수사팀 입장에서는 분량이 제한된 의견서와 구두진술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결정되는 수사심의위가 아닌, 법정에서 유죄를 받아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경우 검찰권 남용을 위해 마련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8차례의 수사심의위가 열려 결론을 내놨고 검찰이 반대 행보를 보인 적은 없다.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처벌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법정에서 뒤집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 기간이 길고 내용이 복잡한 만큼, 재판이 열릴 경우 그 역시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1년7개월을 수사했다고 기소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1년7개월을 맞았으니 더 맞아도 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어떤 외부 환경 영향 없이 죄가 되느냐 마느냐만을 두고 판단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이 부회장의 수사를 진행해 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전날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의결에 대해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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