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에도 지렛대가 필요하다. 아무리 무거운 짐도 쉽게 들어올릴 수 있게 하는 힘, 바로 다양한 사역에서 헌신하는 평신도 사역자들이다. “선데이 크리스천” 혹은 “소모적 크리스천”이 늘고있다는 이 시대, 이들은 어떻게 신앙을 키워오고 헌신하게 됐을까? 신년, 열정적인 평신도 사역자들의 신앙과 그들의 성장과정을 주목해보자. <편집자 주>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이헬렌 간사

▲자신의 얼굴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헬렌 원장은 대신 오병이어 기적 그림을 내달라고 말했다. 양해를 구한 뒤 치료하고 있는 옆 모습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올인하지 않으면 타협할 수 밖에 없지요. 이성을 좇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하나님을 이성이라는 박스 안에 집어넣게 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낭떠러지 체험을 하려고 해요. 아무 것도 잡지 않은채 하나님께 나를 맡기는 훈련이요. 예수님이 모두 놓았기 때문에 가장 높아지신 것처럼, 내가 놓은만큼 하나님이 나를 높이신다는 진리를 붙잡고, 매일이 이 ‘Free Fall’ 연습입니다.”

알렉산드리아 소재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이헬렌 원장. 그녀는 “치과의사 라이센스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닌가?”라며 “나에게는 오늘 내게 주신 환자, 사람들, 일이 있을 뿐이다. 하나님이 놓으시라면 놓고, 가라시면 갈 준비를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나 한인 사회에 특별한 광고 없이 찾아오는 환자들만 받지만, 현재 약 3천명이 단골로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장에게 이 3천명은 ‘단골’보다 ‘교인들’에 가깝다. 치과의사보다 ‘목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일상을 잠시 소개한다.

환자를 위해 1시간씩 중보기도하는 치과 교회

월요일 아침, 일주일 간 손님들이 기도 부탁한 노트와 직원들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직원 7명이 빙 둘러앉아 1시간 동안 환자들을 위한 중보기도를 한다. 병원은 매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난다. 출근하면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기 위해 기도하고, 퇴근할 때도 항상 기도하고 하루의 일과를 올려드리고 돌아간다는 이 원장.

또 직원들과는 틈이 날 때마다 그 날의 묵상을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환자들도 물론, 병원의 직원들을 믿고 따르는 것이 남다르다. 한번은 이 원장 치과의 고객이던 남편이 테니스 코트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작고한 후, 아내가 병원을 찾아온 일이 있다. 기도 부탁을 하는 아내에게 모든 일을 멈추고 이 원장은 꼭 안아주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

▲성경구절이 크게 새겨진 병원 리셉션부터 심상치 않다. 잔잔한 CCM이 흘러나오는 병원의 곳곳에는 성경구절과 묵상들로 가득하다. 특히 화장실에는 벽 가득 사랑에 관한 명언과 성구들로 차있다. 한때는 '사랑'이라는 단어만 남겨두고 모두 없애려 했지만 오히려 찾아오는 환자들이 더 원해서 다시 붙일 수 밖에 없었다고.

“치과 의사의 자리에서, 저는 영과 육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숨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힘든 자들을 일으켜주기 위함이 아닐까요. 우리는 영생을 바라보며, 잠깐 이 땅에 사는 것입니다.”

나는 작고 작은 자입니다

“의사가 별 건가요?” 이 원장은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를 알고 나서 이전의 지식을 모두 ‘배설물’처럼 여겼다는 말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인간적인 지식을 배설물 대신 독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때로는 세상적인 잘남과 지식이 신앙생활에 독처럼 작용합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 지식이 부정적으로 쓰일 수도 있거든요.”

이 원장, 그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3대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타성에 젖은 탓인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나님을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문학을 전공하면서 신의 존재를 찾으려 노력했고, 여러 철학 책을 탐독하며 하나님이 정말 계신가 하는 물음을 품은 것도 오래였다. 인간적인 열심과 구도의 노력들이 모두 헛수고임을 깨닫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부터다.

“무신론에 젖어 있을 때,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성경책 한 번은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정말 계시다면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저를 만나 달라’고 기도했어요.” 성경을 읽어내려가면서 ‘하나님은 없다’가 ‘하나님은 있다’로 바뀌었다.

기적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전환은 없었다. ‘바람이 임의로 불매 어디로 나서 어디로 가는 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이 원장은 그렇게 조금씩 하나님께 끌리는 성령의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야곱처럼 철저히 혼자된 벧엘의 하나님을 체험하기에 이르렀다.

중학교 때부터 ‘인생은 무엇일까?’ 답을 찾아 번민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 원장은 오랜 고민 끝에 ‘인생?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것’ 정도로 결론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하나님 없는 인간이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을.

“얼마전 주석책을 읽다가 ‘인생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life is equated with acceptance as God's people)’라는 주석설명에 무릎을 쳤습니다. 머리에 들어오면 종교가 되어버리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나님을 찾을 때, 인생의 의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성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 원장은 '리더는 오병이어 어린아이 처럼 부족해도 다 내어놓았을 때 많은 이들을 부요케 하는 이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리더, 오병이어 기적에 나오는 작은 어린아이 아닐까요?

그녀는 “오병이어의 기적” 그림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가장 작은 자가 내어놓은 물고기 2마리와 떡 5덩이 위에 예수님이 축복 기도를 했을 때 5천명이 먹고, 12광주리가 남았다는 성경의 이야기.

이제는 교회에서 새내기 커플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이헬렌 원장은 “내 약함이 그들을 자라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오병이어가 우리에게는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우리에게 있는 작은 은사가 될 수도 있다”며 “교회 리더도 마찬가지다. 준비도 안 돼 있고 부족해서 나는 못한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교만일 수 있다. 없을 때 내어놓았고, 믿음의 기도를 받고 12광주리가 남은 것은 나의 약함이 오히려 더 큰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낸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하나님 안에 최고 리더가 되려면 가장 작은 자가 되지 않으면 될 수 없다고 했어요.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신 것처럼요. 작아도 다 드릴때 더 크게 부어 주시는 우리 하나님, 아니십니까?”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하나님을 찾아헤메던 어두운 그늘 대신 그리스도를 안 환한 빛이 내리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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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열전 #이헬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