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러시아 중앙은행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루블화 가치가 16일(현지시간) 또다시 10% 폭락했다.

금리 인상 직후 루블화는 반등해 전날의 통화 가치 하락분을 단숨에 만회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 판단은 곧 사라지고 루블화는 20%가 더 떨어져 오후 장에 1달러 당 78 루블에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다소 반등해 72 루블에 거래됐다. 이 같은 루블화 통화 가치는 올 1월에 비해 60%가 떨어진 것이다.

루블화는 유가 폭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환율이 폭락을 거듭해 왔다. 이에 중앙은행은 10.5%의 기준 금리를 17%로 16일 새벽 전격 인상했다. 달러화의 이자율이 거의 제로인 점과 대비될 때 통화 거래자들이 높은 금리가 보장되는 루블화의 매각을 중지하고 보유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을 뒤집을만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에 외채상환을 미루는 일명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문제는 루블화 약세가 구조화된 것이어서 뒤집기가 힘들다는 것. 루블화 가치는 최근 유가 폭락으로 낙폭이 커졌다. 유가는 올 최대 배럴당 107달러에서 현재 56달러까지 떨어졌다. 러시아는 국가 수입의 반 이상을 석유 판매에서 얻고 있어 유가가 러시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게다가 크림반도 합병등으로 나타난 러시아의 강경 행보로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금융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급락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라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내수가 침체될 가능성이 커졌고, 최악에는 신용등급 하락과 자본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998년 8월 러시아가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을 당시보다 외환보유액이 약 150억 달러(약 16조3천억원)이 많다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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