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건용 목사   ©곽건용 목사 페이스북

한국교회에선 동성애가 '여전히' 첨예한 문제인 모양이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그 문제가 왜 그토록 첨예해야 하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구 말마따나 성경 전체에 고작 열 번 정도 등장하는 문제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몸과 온맘을 바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수백 번 등장하는 주제도 많은데 말이다. 물론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성애 문제에 이토록 '집착'하는 게 정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설령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 주장대로 그게 후천적이고 심지어 '죄'라 할지라도 마치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인 양 여기는 게 과연 옳은까 싶다. 다른 뭣보다 '용서'하는 덴 그 어떤 종교보다 강점이 있는 기독교에서 말이다.

몇 주 전 <타임> 메거진이 트랜드젠더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이젠 트랜스젠더가 인권 문제의 프론티어'라는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 동성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미국에선 촛점이 동성애에서 트렌드젠더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징이 아닌가 싶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동성애자가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된다는데(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많단다) 아직 한국에선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의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동성애자를 보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나만 해도 내가 아는 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는 홍석천과 김조광수 씨가 전부다. 또 있나? 그러니까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사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니까 그들이 무슨 '이상한' 사람,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나 싶다. 안 그런가?

하지만 여기선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동성애자들을 본다. 학교나 직장에 가면 드물지 않게 보는 게 그들이다.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까진 아닐지라도 어렵지 않게 말 섞으며 살아간다. 조금만 친해지면 커밍아웃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동성애자를 봐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게 됐다. 얼마 전엔 아들 녀석에게 '네 친구 아무개는 지금 뭐 하니?' 하고 물었더니 걔가 '응, 그 친구 뭐뭐 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녀석 여자친구는 있지?' 하고 좀 엉뚱한 질문을 했더니 아들 녀석 대답이 '응, 걔 게이야.' 하는 게 아닌가. 난 '그래? 정말? 그런데 왜 넌 그 얘길 아직까지 안 했어?'라고 물으니 녀석은 날 이상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더니 '그 얘길 왜 해야 해? 아빠가 안 물어봤쟎아. 걔가 게이인 게 뭐 어때서?' 하는 게 아닌가.

이게 여기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어떤 사람은 도덕불감증 운운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 판단일 따름이고, 분명한 현실은 미국사회는 동성애자인 게 점점 더 이상하지 않은 게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정신의학에서 이미 오래 전에 동성애를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정신의학의 이런 판단이 오늘날 동성애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미쳤겠지만 반드시 그래서만은 아니라고 보는데 어쨌든 지금 미국사회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나란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평등하다고는 볼 수 없다. 직장에서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신학펀치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는 걸 다수의 페친들 글을 읽고 알게 됐다. 거기 출연한 분들이 훌륭하게 토론을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마 내 페친들 성향이 이 문제에 대해 대개 긍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의견이 많지만 다수의 한국기독교인들은 그 반대일 거라고 짐작한다.

시대의 흐름을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거슬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흐름이냐를 잘 판단해야 하겠지. 그런데 교회와 기독교 전체를 크게 망치고 있는 시대의 흐름, 예를 들면 돈과 성공이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맘몬주의' 같은 건 그렇게 쉽게 용납하고 심지어 장려까지 하면서 이 흐름엔 왜 그렇게 민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백보 양보해서 동성애가 비정상이고 죄라고 해도 그게 신앙을 망치면 얼마나 망친다고 그토록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요즘 하도 매사에 '음모설'이 유행이라서 나도 거기 익숙해져 있는가 보다. 난 왜 교회가 이토록 동성애에 집착하는 게 뭔가 다른 커다란 문제를 감추기 위한 '꼼수'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른바 '한 놈만 잡아 팬다' 같은 거 말이다. 내가 신경과민인가?

글ㅣ미국 나성향린교회 곽건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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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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