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천 교수

31일 오전 10시부터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진행된 제52회 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기독교적 묵상의 영성신학적 의미 분석'을 주제로 발제한 김수천 교수(협성대학교/영성신학)는 "우리시대 최고의 개신교 영성신학자인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는 모범적인 삶이란 묵상하는 삶이라고 했다"며 "모든 인간들이 염원하는 모범적인 삶을 묵상하는 삶을 통해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묵상이란 한가지 주제를 깊이 숙고하여 그 대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기독교적 의미의 묵상은 이러한 인식론적 측면을 넘어 신과의 연합이라는 관계론적 측면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적 묵상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사색을 의미한다면 그 사색은 결국 하나님의 성품을 닮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피조된 인간이 창조주의 임재 안에서 묵상을 할 때 인간은 자기 초월을 경험할 수 있다"며 "역사를 통해 인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초월을 꿈꾸어왔지만 제 관점에서 초월이란 이기성에서 이타성으로 옮겨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며 그것이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인간의 실존이다"며 "이 자기 중심성이 인간의 타락의 원인이 되었음을 성서는 말한다"고 했다.

덧붙여 서종원 교수가 '한국교회 사학회지'에 낸 글의 한 부분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 서 교수는 "창세기에 의하면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처럼 지혜롭게 될 것이라는 유혹에 범죄를 하였다"며 "하나님이 지혜와 진리의 중심이 되는 관점에서 자신이 중심이 되는 가치관의 전환이 온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신과의 만남은 인간의 자기 한계인 이 죄성을 극복하게 한다"며 "왜냐하면 신의 본성이 이타적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자주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듯 신과의 만남은 신의 본성을 닮게 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묵상이 가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성령 임재 경험 하려면 고요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그러면서 김수천 교수는 '영성과 묵상의 관계'에 관해 정리하며 학자들의 '영성'에 대한 정의를 소개했다.

그는 에드워드 야놀드는 영성을 '기도와 삶의 결합'으로 정의한다며 "영성이란 신자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죄성의 한계 가운데 있는 신자에게 하나님은 은혜를 선사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든 웨이크필드는 기독교 영성 사전에서 사전적 정의로 기독교 영성이란 '영혼과 육체를 위한 것이며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두 가지 명령의 이행을 지향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저는 영성의 핵심인 성령 안에 있는 존재(being in the Holy Spirit)라는 개념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기독교적 영성의 핵심은 자신안에 있는 신적 돕는 자인 성령의 임재 안에 사는 삶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영성이란 자신의 인성 안에서 그 인성을 감동하고 지배하는 신성의 도움 가운데 자신은 물론 이웃과 세계 그리고 신과 관계하며 사는 삶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성령이 신자의 내면에 거하지만 신자는 그 성령의 활동을 아무런 노력 없이 경험하지는 않는다"며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기 위해 신자가 고요한 가운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것이 침묵이며 묵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영성신학의 관점에서 침묵이란 단순히 말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침묵은 강렬한 정신의 활동이다"며 "인간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사고의 활동을 가라앉히고 사고와 감정이 마음에서 통합되어 성령의 임재만을 갈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마음 안에서 신이 활동하도록 자신을 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침묵의 의미이다"며 "그렇게 마음의 정적을 이루어 기다리면 반드시 성령이 임하신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신자는 그곳에서 피조되지 않은 신적인 사랑을 경험한다"며 "그러므로 묵상이란 피조된 인간이 피조되지 않은 신성을 경험하고 만나는 거룩한 통로이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마음의 고요 가운데 임하는 성령을 경험하고 그 안에 머물 때 신자의 내면에 거룩한 공간이 형성되며, 영성가들은 이것을 영혼의 성(interior castle)이라고도 불렀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한 경험이 반복될 때 신자의 인성은 신성을 닮아간다"며 "인격형성의 덕의 형성이 핵심이라면 영성형성은 자신 안에 있는 성령의 임재를 감지하고 그 성령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묵상의 대상, 성서-삼위일체 하나님- 피조물(자연)-죽음-사회현상

이어 그가 정리한 묵상의 대상으로는 성서, 삼위일체 하나님, 피조물, 죽음, 사회현상 등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성서묵상은 무엇보다 신자가 잡념의 활동을 쉽게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며 "잡념이 진정되면 생각과 마음을 하나님께 모으고 묵상의 목표인 성령의 임재만을 갈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영성의 진보 단계는 정화(purification), 조명(illumination), 연합(union)의 세 단계인데, 성서묵상을 통한 또 다른 유익은 정화와 조명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서의 다양한 본문들을 통해 신자는 자신의 영혼을 비추어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정화의 길을 가게 된다"며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는 정화의 길을 걸어간 만큼 경험한다는 것이 영성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고 말했다.

또 "영성가들이 실천했던 또 다른 묵상의 대상은 삼위일체 하나님이다"며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묵상은 신적 은혜를 통한 하나님과의 연합을 경험하게 해 준다"고 했다.

그는 "연합이란 신적 사랑에 압도되고 신의 뜻을 이해하며 그것에 순종하는 관계론적 연합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성령이 임하실 때까지는 잡념의 활동을 제어해야 하는 난관이 있어 이러한 묵상은 관상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셋째로 김 교수는 '피조물'에 대한 묵상을 언급하며 "흔히 영성가들은 2권의 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그 한권은 성서이며 다른 한 권은 자연을 의미한다"며 "창조주는 피조물을 통해서도 자신을 계시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넷째로 '죽음'에 관한 묵상에 대해서는 "신자가 죽음을 묵상하면 순간적으로 현재와 죽음 사이에 놓여 있는 모든 것들을 초월할 수 있다"며 "현재와 죽은 사이에는 간단히 말하면 욕심과 근심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묵상이 주는 이러한 가치를 깨달은 동방정교회의 영성가들은 죽음을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신자는 사회현상을 묵상할 수 있다"며 "날마다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살펴보면 바람직한 일들보다는 부정적인 사건 사고들이 많고, 세상은 선보다는 악이 많지만 하나님은 그 세상을 누구보다 사랑하신다"고 했다.

그는 "신자란 그러한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을 위해 부름받은 일꾼들이다"며 "영성이란 그러한 신적 부르심에 기꺼이 헌신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의 '영적지도와 묵상(Spiritual Direction and Meditation)'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그리스도의 고난만 묵상하고 아우슈비츠의 수용소를 묵상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시대의 기독교를 온전히 체험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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