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한 버스 폭탄 테러의 피해를 최소화한 데에는 현지 가이드를 맡았던 고(故) 제진수(56) 씨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 제진수 씨는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 올리는 순간 제지했고, 곧바로 터진 폭발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지 여행업체인 '블루스카이 트래블' 사장인 제 씨는 식품회사 중동 주재원을 지낸 경험으로 1989년부터 20여년 간 카이로에서 관광사업과 선교사를 지원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평소 성실하고 다른 사람을 헌신적으로 도와 존경 받던 인물이었다. 역시 독실한 신자인 제 씨의 부인과 두 딸 중 둘째 딸은 한 언론에서 "아버지의 희생에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우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를 위해서도 적극적이었던 그의 사망 소식에 한인사회도 슬픔에 빠졌다. 이스라엘 한인회장 이강근 씨는 "이번 사고는 가장 슬픈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창립 60주년을 맞은 충북 진천 중앙교회 교인 31명과 이집트인 운전사 등 총 35명의 성지순례단이 10일부터 터키와 이집트 관광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들어가기 직전 발생했다. 16일 이집트 시나이산의 그리스 정교회 성 캐서린수도원을 관광한 성지순례단은 출국 수속을 하기 위해 타바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만 해도 성지순례단은 여행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수속을 위해 일행이 버스를 내리려는 순간 젊은 아랍계 폭탄테러범이 버스에 오르려 했고, 제 씨는 '당장 내려라'고 소리치며 손으로 가슴을 밀쳐 내쫓았다. 테러범은 손에 스위치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버스에서 내리는 동시에 폭탄이 터졌고 버스는 불꽃과 연기에 휩싸였다.

이번 사고로 버스 앞문과 천장은 크게 파손돼 뼈대만 남았고, 버스 앞자리에 있던 한국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 목사, 충북 진천 중앙교회 교인 김홍렬 씨, 이집트인 운전사 등 4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버스 뒤쪽은 비교적 파손이 적었고 뒷자리에 있던 여행자들은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주 이스라엘 대사관 박흥경 공사는 "제 씨가 테러범을 막지 않았다면 희생자가 더 많았을 수도 있었다"며 제 씨의 희생을 강조했다.

승객들도 입을 모아 "제진수 씨가 테러범을 쫓아내지 않았다면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 한인교회 측은 "제진수 씨는 남을 돕는데 헌신적이었다. 남을 돕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고 말했다며 제 씨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카이로의 한 선교사는 "제 씨는 한국인 성지순례와 선교사를 도운 선한 사람"이었다며 살신정신과 희생에 애도를 표했다. 이집트선교사회는 17일 오전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사고 수습과 피해자 간호를 위해 아랍어가 가능한 선교사들의 지원 요청을 받았다. 현지 선교사들은 이집트의 안정과 치안 확보, 향후 성지순례나 사역을 위해 한국교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이번 테러를 일으킨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아랍어로 '신성한 전당'의 투사들)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이슬람화를 목표로 2011년부터 이집트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과격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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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진수 #이집트성지순례폭탄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