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 제107차 정기학술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이동윤 기자

'신사참배'로 인한 분열을 극복하고 참 교회상을 회복하기 위해 내적 회개와 함께 공적 회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영선) 제107차 정기학술발표회가 15일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발표회에는 김성봉 목사의 기도와 김영선 교수(협성대)의 인사말에 이어, '신사참배 회개론 유형별 연구'와 '몰트만의 삼위일체적 종말론의 구성을 위한 조건들'이란 주제 발제 후 논평 순으로 진행됐다.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 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는 축도를 했다.

안수강 교수(백석대) '신사참배 회개론 유형별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이은선 교수(안양대)와 이남규 교수(서울 성경대)는 논평을 담당했다.

안수강 교수   ©이동윤 기자

안수강 교수는 먼저 이번 연구는 한국개신교의 참 교회상을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한국교회는 해방을 맞아 신사참배 회개 문제가 난제로 드러나면서, 정통성 논란의 도화선이 됐고 불가피한 소모전을 치르며 분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면서 "장로교만 하더라도 남·북한 교회의 독자적인 교회재건과 행보, 재건파 분립, 합동, 통합, 고신, 기장의 분열이 어떤 형태이든 신사참배의 상흥과 연계돼 있고 감리교의 부흥파와 재건파의 분열 또한 이 사안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이후 신사참배 회개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7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패상이 고조돼 거룩성이 훼손됐다"며 한국교회가 신사참배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신사참배의 잘못을 남긴 한국교회가 행방 이후 보여준 회개의 다양한 양태를 유형별로 고찰했다.

안 교수는 신사참배 회개의 첫번째 유형은 '내적회개론'이라고 했다.

그는 '내적회개론'에 대해 "하나님과의 일대일의 수직적 관계성에서 이뤄지는 심적 회개"라며 "당시 대다수의 기독교계 지도급 인사들은 신사참배 회개에 공감하면서도 암묵적으로는 내적 회개론을 수용함으로써 신사참배 행적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이를 가장 무난한 명분이자 위로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신사참배 회개의 모습은 '상대주의(시대적 상황론)'이라고 안 교수는 말했다.

그는 "'상대주의'는 즉 '상황론'으로 시대적 상황성을 십분 고려한 것"이라면서 "(당시 상대주의를 적용한 인사들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 역사는 한국교회 안에서 치명적인 상처로 남아 있다는 점에 통감하면서도 공교회와 전통의 연속성을 수호하기 위해 신사참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성을 중시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상대주의 측 인사들이) 한국교회 해방 이후의 신앙은 은총의 신비를 근본적으로 결여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 신사참배에 대한 심판도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며 "옥중에서 고생한 사람이나 교회를 보존하기 위해 수고한 사람이나 고생은 같다고 항변했던 것도 시대적 불가피한 상황성과 공교회를 보존했다는 나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가 밝힌 세번째 모습은 '공적 회개론'이었다.

그는 "'공적 회개론'이란 기독교 공동체 전체를 염두에 둬서 의무적으로 공개된 방식의 회개 절차를 수행하고 권징을 수용해야 한다는 차원을 말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공적 회개론'에 대해 "신념과 방법론에 있어 '내적 회개론', '상대주의' 관점과는 극명하게 대립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형들과는 상호 갈등의 골이 깊었다"고 했다.

'공적 회개론'은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해 투옥됐던 성도들이 해방 즉후 발표한 소위 '자숙안'에 뿌리를 둔다. 고신 측의 신앙적 토대가 된 20여 명의 출옥 성도들은 해방되자 순교자 주기철 목사가 시무한 산정현교회에서 별도의 회합을 하고 공적 회개와 권징의 내용을 담은 자숙안을 발표했다.

이어 안수강 교수는 유형별 회개론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내적 회개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적 회개론'은 성도의 인격을 쇄신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가장 본질적이며 영적인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사참배라는 거대한 잘못을 내적 회개로만 해결할 수 있는가. 여기에 난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내적 회개 못지않게 외적 징계 또한 중요하다. 칼빈은 내면적 회개와 외면적 회개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성령은 우리의 속마음의 원천이 불결한 것을 정죄하시며 또한 동시에 육신을 길들이는 해결책으로써 징벌을 사용하신다"고 했다.

또 그는 "고신 측이 주장하는 공적 회개는 독창적인 주장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가 된 것이다. '내적 회개론'의 경우 그 명분은 회개는 단지 하나님과 나와의 일대일의 수직적인 문제라고 단정한 데 있다. 죄의 문제는 개개인이 하나님과의 직접 관계에서 해결될 문제라고 강변하지만, 성경은 중대한 죄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치리를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특별히 드러난 중죄에 대해서는 수평적인 차원에서 성도들 앞에 공개하고 공적인 회개를 시행할 것을 명령했다. 칼빈 역시 드러난 죄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적으로 치리해, 다른 성도들의 경계로 삼을 것을 주장했다. 장로회 앞에 불러 경고해도 회개하지 않을 경우에는 교회를 경멸하는 자로 여겨 장로회의 권위로 단호하게 출교 조치할 것을 교훈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상대주의'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시대적 조류와 호흡하고 영합하려는 융통성이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상대주의'의 사고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성도들의 신사참배 항거 정신은 '축자영감론'에 근거해 십계명의 1계명과 2계명을 준수하기 위한 신앙심의 발로였다"면서 "성경적 최고선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절대적이며 윤리적인 이상이 있다"고 '상대주의'의 비판적 견해를 설명했다.

이어 "1, 2 계명은 우상숭배를 단죄하는 엄위한 율법이며, 상황을 빙자해 중용적 노선조차 취해서는 안 될 항존적 진리이다. 상대주의는 자칫 죄를 합리화해 치리와 권징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상황성으로 신사참배 죄를 묵인한다면 여타 다른 허물과 죄에 대해서도 일체 권징을 시행할 수 없다는 논리와 명분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며 '상대주의'의 난제를 열거했다.

'공적회개론'의 난제에 대해 그는 ▲'공적 회개론'은 합법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 ▲권징 일변도가 초래할 부작용의 문제들, ▲급진적인 권징론을 주창함으로써 끝내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안수강 교수는 신사참배 회개 논란을 극복하기 방안으로 "신사참배 회개를 공적으로 시행해 하나의 교회로서의 본질적 일치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또한) 치리영역에서 권징을 재정립함으로써 교회의 표지를 회복하며, 꾸준히 회개운동을 전개해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용서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선 교수는 안수강 교수의 논문을 논평하며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 통치에 협력했던 독일교회에 대해 히틀러의 통치에 반기를 들고 고난을 받았던 개혁교회 지도자들이 우리도 죄인들과 같이 회개하고 독일교회를 재건하자고 해, 분열을 넘어 교회를 재건했다"며 "다른 나라에서 자신들의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면서도 교회의 전체적인 유익을 가져왔던 사례들을 좀더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남규 교수는 "이 논문은 신사참배의 공적 회개 문제가 한국교회의 분열 역사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신사참배에 대한 공적 회개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향후 한국교회의 발전에 공적 회개가 필요함을 설득했다는 점에서 공헌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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