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컨퍼런스 장면   ©자료사진

1990년대 후반 북미에서 처음 제시된 '선교적 교회' 개념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북미 기독공동체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소개돼 5~6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필요성과 당위성, 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말하는 선교, 교회 등의 용어에 대한 인식 전환과 개념 정립부터 요청된다. 선교신문은 한국교회의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의 개념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와 하나님 나라 선교'에 대한 기획을 연재한다. - 편집자주 -

인사이더스선교회 대표이자 아시아전방개척선교협의회·학회(AFMI/ASFM) 코디네이터인 김요한 선교사는 최근 전방개척선교저널(KJFM)에 '크리스텐덤(Christendom)에서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Church)으로, 그리고 하나님 나라 선교로의 전환에 대한 문제'를 주제로 글을 게재했다.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아테아 포럼에서 발제할 예정인 이 글은 전통적 교회론에 기초한 선교가 선교적 교회론으로 전환돼야 할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전통적 교회론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전방개척선교(Frontier Mission)' 가운데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 지금은 포스트-포스트모던주의 시대

김 선교사는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설명에 앞서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세 암흑의 시대를 벗어나면서 인간의 이성의 빛에 의존하는 계몽주의 시대엔 미신, 미개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개화'에 역점을 둔 계몽주의 사상의 흐름이 있었다"며 "이에 사람들은 삶의 모든 영역을 조직화, 체계화, 근대화하는 '절대적 구조' 및 성장 지향주의를 갖게 됐고 이는 모더니즘의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균열이 일어났고, 상대주의와 불확실주의가 기초가 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 선교사는 "계몽주의는 사실상 제국주의와 함께 소위 기독교왕국(Christendom)이라 할 수 있는 로마 카톨릭과 개신교 국가들의 식민지 확장시대와 맥을 같이 했다"며 "그 마지막 단계에 공산제국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빗 보쉬(David Bosch)나 필립 젠킨스(Philip Jenkins) 같은 학자들이 이런 시대의 결정적 변화들에 대해 잘 기술했다며 "우리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기 위해 시대 변화와 사람들의 사고를 담은 문화를 결정적으로 사용한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대는 더욱 짧은 주기로 바뀌어 포스트-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섰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선교사는 "전 지구는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나라 구별 없이 이윤 추구나 더 나은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신유목민(New Nomadic) 시대가 되었으며, 정보, 통신, 교통 발달의 가속화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폴 히버트(Paul Hiebert)는 이를 포스트-포스트모던 시대라고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간격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졌고, 좁아진 지구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가 섞여 공존하거나 새로운 마이크로 동질집단(Homogeneous Unit)들이 등장하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마치 초대교회 당시의 좁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예루살렘, 유대, 사마리아, 이방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그리스-로마 제국이라는 하나의 문화와 영향력을 공유하던 시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 크리스텐덤 교회론에서 선교적 교회론으로의 전환

김요한 선교사는 기독교 세계를 말하는 크리스텐덤에 대해 "간략하게 정의하면 서구 크리스천들이 '주 문화'를 지배한 구조적인 기독교의 전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립 젠킨스는 서구권 또는 북반구 중심의 기독교를 크리스텐덤이라 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권 또는 남반구 중심의 기독교를 포스트-크리스텐덤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아에서 크리스텐덤은 전 세계적 크리스천 공동체, 또는 기독교 지배적 문화 및 기독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를 지칭한다.

그는 "그러나 교회론 관점에서 좀 더 좁은 의미의 크리스텐덤은, AD 313년 콘스탄틴의 기독교 공인 이후 국교화, 제도화되면서 명목상(Nominal) 신자들을 양산하게 된 기독교에 대한 총칭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문화적 관점에서는 '전 세계에 걸친 크리스천 공동체 및 기독교에 속한 사람'을 일컫고, 역사적 관점에서는 보통 '기독교 세계가 이교주의, 무슬림의 위협 가운데 지정학적 힘을 나타냈던 중세 및 근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또 단순히 기독교 다수 국가나 기독교가 국교이거나 지배적인 나라를 지칭하기도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크리스텐덤 교회론에서 선교적 교회론으로의 전환을 설명하기에 앞서 요즘 한창 유행하는 선교적 교회론에서 언급된 '교회'의 의미를 소개했다. 선교적 교회론을 소개하는 대표적 홈페이지(www.friendofmissional.org)에서는 여기서 교회가 건물이나 교파, 물리적 위치가 아닌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위해, 또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증인을 삼기 위해 세상 가운데서 불러낸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말한다. 김 선교사는 "사실 교회가 본질적으로 건물이 아니고 예수 신앙 공동체인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럼에도 우리가 교회를 개척한다고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신앙공동체보다 먼저 건물을 떠올리는 왜곡된 교회론을 갖게 된 것은 크리스텐덤 구조주의의 폐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교적 교회는 이런 크리스텐덤 교회론의 한계와 서구 기독교의 쇠락 상황에서 시대적, 문화적 패러다임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교적 교회가 전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에는 에큐메니칼의 프린스톤 학자들이 저술한 '선교적 교회'가 기폭제가 됐지만, 이에 근본적 영향을 끼친 학자는 데이빗 보쉬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 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이들이 한 일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레슬리 뉴비긴의 선교적 통찰력을 참조하여 토마스 쿤(Thomas Khun)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교회의 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교는 교회가 감당하는 여러 사역 중 하나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주관하시는 것"이라며 "교회에 속한 선교들(missions)이 아닌, 오로지 하나님께 속한 인류를 구속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n)"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대행자(agent)로서 이 땅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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