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엄영민 목사

새벽기도를 하다 보면 한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체로 새벽기도 시간이나 그 직후에는 기도소리가 들려도 익숙한 교회 성도들의 기도 소리인데 반해 이 소리는 전혀 알 수 없는 소리이다. 누가 방언을 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하고 자세히 귀를 기울여 보면 곧 그것이 베트남어로 하는 기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회 근처에 사는 베트남 분들이 와서 기도드리는 소리인 것이다.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베트남 교회도 있지만 새벽기도를 드리는 베트남 분들은 반드시 우리 교회에 나오는 분들은 아니다. 기도처소를 찾다가 개별적으로 혹은 두 세사람이 짝을 지어 기도를 하러 오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대체로 우리 교회의 새벽기도 시간이 끝나고 대부분의 성도들이 떠나는 시간쯤 기도를 시작한다. 교회 뒷 좌석에 앉아 기도를 드리지만 가끔씩 그 간절함이 깊어지면 강대상 앞까지 나와 두 손을 들고 울음섞인 듯한 간절한 목소리로 기도를 드리곤 한다. 그 기도를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기도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친근하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더러는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치기 라도 하면 서툰 영어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가끔씩 나도 모르게 내 기도가 깊어지면 그들의 기도소리도 한껏 고조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 마찬가지로 가끔씩 그들의 기도가 한층 고조되는 목소리를 들으면 나의 기도도 더불어 뜨거워진다.

우리 교회는 정말 기도하기 좋은 교회이다. 위로는 돔형의 높은 지붕에 스탠드 글래스가 장식되어 경건한 느낌을 주고 바닥에는 카펫트가 깔려져 어느 곳에서나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도하는 곳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도하도록 이끌어 주는 영적인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교회는 그런 영적인 분위기가 틀림없이 있다.

교회는 다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아버지의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더욱 실감난다. 모쪼록 교회에서 성도들이 주님을 향해 올려드리는 모든 기도, 더 나아가 이방인들이 드리는 기도까지라도 하나님 앞에 온전히 열납되고 모두에게 응답이 풍성하게 부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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