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에서 최소 4~6년, 길게는 10년 이상 헌신하면서도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을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한국 선교사들의 현실이다. 현지 사역의 지속성과 비자 문제, 후원금 중단, 숙소 마련,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 쉬지 못한 결과는 사역 성취도 감소, 우울증, 탈진 등으로 나타나며 심하면 선교지 조기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선교사들이 안식년 기간 자신을 돌아보며 내적 상처를 치유하고 영적·정서적·지적으로 성장하여 차기 사역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선교훈련분과위원회는 이 같은 요청에 따라 2011년 위원회 구성 후 처음으로 '안식년 선교사들을 위한 세미나'를 지난 16~18일까지 경기도 용인 Acts(액츠)29 비전빌리지에서 진행했다.

고양동산교회 나동우 목사   ©이지희 기자

10여 개국 50여 명의 선교사, 선교사 자녀 등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짧은 기간인 만큼 휴식과 재충전에 초점을 맞췄다. 고양동산교회 나동우 목사는 행사 첫날 설교에서 "선교사들이 치유되고 회복되지 않으면 건강한 사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안식년 사역은 어떤 사역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식년 기간 여러분들이 우리를 위해 독생자를 잃으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느끼고, 말씀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은혜가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 목사는 그 자신 역시 10여 년 전 환란으로 교회 성도 수가 절반으로 줄고, 이후에도 교회가 성장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육체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심각했다"며 "나는 실패한 목회자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조그만 일에도 사람들에게 화를 냈으며 영적으로 게을러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과거 성도수가 1천 명도 안 되는 교회였지만 무려 40여 개의 교회, 병원, 학교를 선교지에 세우며 예수님의 살아계심과 기적의 역사를 많이 체험했었던 그였다.

나 목사는 "십자가를 붙들고 날마다 기도하면서 주님과의 첫사랑을 잃어버린 제 자신, 사명감도 열정도 없이 살았다고는 하나 실상은 죽은 자의 모습이었던 제 자신을 보게 됐다"며 "목회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여름 안식 기간을 가지면서 하나님은 '그 때문에 나를 더 간절히 찾는 목회자가 되지 않았느냐'고 위로하시고 회복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 후 설교가 편안해지고 재직자,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아졌으며 주님의 역사를 다시 볼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됐다는 그는 "여러분들 역시 사역 가운데 가장 소중한 예수님과의 첫사랑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을 되찾고, 하나님의 은혜와 격려를 받아 세상의 상처받고 병든 사람을 살리는 선교사들이 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KWMA 선교훈련분과위원회 위원인 GP 선교회 연구개발원장 이용웅 선교사는 "편히 쉰다는 의미의 '안식년'이라는 용어 보다 영적 재충전과 회복을 얻고 차기 사역 준비를 위해 본국에서 계속 이어지는 사역이라는 의미의 '본국사역'이라는 용어로 사용하자는 논의가 선교계에서 계속돼 왔다"며 "내년부터는 더 좋은 본국사역 프로그램으로 선교사들이 휴식하며 교제를 나누는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과위원회 위원 알타이선교회 대표 유기남 선교사는 "이번 세미나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선교지에서 뒤쳐지기 쉬운 정보, 기술 등을 습득할 뿐 아니라 영적 재충전을 얻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재환 선교사   ©이지희 기자

선교사의 자기개발에 대해 강의한 Acts29 비전빌리지 원장이자 컴미션 국제대표인 이재환 선교사는 많은 안식년 선교사들을 훈련하면서 거의 대부분이 마음의 상처가 많아 놀랐다며 "선교비 부족, 자녀 교육, 동료와의 갈등 등 여러 문제로 상처를 입을 수 있으나 이미 빛의 자녀, 예수 그리스도의 자녀로 거듭난 여러분들 안에 어둠은 가짜 감정"이라며 "가짜 감정에 속지 않으려면 내적 치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교사들의 자기 개발에서 지성, 영성, 야성의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며 "이 세 가지와 함께 풍부한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쌓아 보다 성숙한 선교사가 될 것"을 당부했다.

이 외에도 인터넷 SNS 활용(이영제 목사), 한국교회와 선교사(도육환 목사), 지도 밖으로(박래수 선교사), 자아 발견(이경애 선교사), 위기관리 사례(박준범 선교사), 위기관리(김진대 목사)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선교사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을 받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며 "SNS 기술 등은 앞으로 선교 사역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교사는 "안식년 기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보낼 수 있도록 많은 도전과 정보를 얻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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