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연구원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랑의교회 공동주최로 지난 11일 사랑의교회 뉴믿음관에서 제2차 MK 컨설테이션이 열렸다.   ©이지희 기자

선교지에서 성장한 선교사 자녀, 이른바 MK(Missinary Kids)의 85%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선교사인 자신들의 부모를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 성장후 부모의 길을 따라 타문화권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자녀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지난해 12월 44개 선교단체 대상 설문 통계와 같은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국 한국 선교사 70명, MK 76명, MK 교육자 30명 등 총 176명을 설문조사 및 현장 인터뷰 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 이는 현재 3만1천여 한국 선교사 자녀 중 조사 대상은 소수이지만 MK의 교육적 현실과 사역 현황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자료다.

이번 조사 결과는 KRIM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랑의교회 공동주최로 지난 11일 사랑의교회 뉴믿음관에서 열린 제2차 MK 컨설테이션에서 발표된 것으로, 제1차 MK 컨설테이션 20년 만에 준비된 행사였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   ©이지희 기자

조사 결과를 발표한 문상철 KRIM 원장은 "선교사 가정의 재정적 결핍은 MK들의 미래 진로설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며 "가치관과 선교 비전의 계승 면에서 한국 MK교육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한 선교사 자녀들 중 다수는 장래에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의 사역을 지원하고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한다"며 "이들 중 85%는 기도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헌신하는 부모를 존경은 하지만 정작 커서 선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소수"라고 말했다.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부터 가치관을 전수받는 것을 고려하면 MK들이 부모로부터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선교에 대한 헌신은 또 다른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MK 출신 선교사가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KRIM 조사에 의하면 현재 타문화권 사역에 헌신하는 MK는 2.3%였다. 물론 이번 조사대상 중 실제 사역할 수 있는 성인 MK의 숫자가 많지 않았고, 모 선교단체 관련 MK학교에서는 재학생의 21.7%가 선교사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하는 등 잠재적 선교 관심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원장은 "조사 기간 선교사가 되겠다는 MK를 만나는 것보다 경제적 어려움도 해소하면서 의미도 있는 국제NGO에서 일하겠다는 MK를 만나는 것이 쉬웠다"며 "또 상당수는 심리학 및 상담학과 관련 분야를 장래 전공 및 진로로 제시했고 이 중 상당수는 MK 대상 상담가 및 사역자가 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현장 인터뷰를 통해 '교회의 후원을 잘 받고 사역 열매가 있고 선교지 그리스도인들에게 존경받는 선교사의 자녀들이 선교 사역을 자신의 커리어로 받아들이는 데 긍정적이게 된다'는 가설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반대로 '선교사들 간 갈등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전달됐을 때 선교에 환멸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관측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한 MK학교에서는 선교사가 되겠다는 MK가 없는 반면 서구 배경 아이들은 선교사가 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며 "선교사 부모의 긍정적 생활 및 사역 경험이 자녀들의 선교 사역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가설 검증을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여러 세대의 연구원들이 연구 작업을 이어서 연구하는 국제적 비교종단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MK의 학교 유형별 분포율은 지역학교(35.9%), 국제학교(28.6%), 한국학교(14.6%), 홈스쿨링(9.0%), MK학교(8.9%), 기타(3.0%)으로 나타나 기숙사 생활, 학비 부담 등 현실적 요소를 고려하여 현지 지역학교에 다니는 MK 비율과 홈스쿨링을 받는 MK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문 결과 7044명의 MK 중 0.9%(61명)는 학교 환경 적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이 중 약 25%(14명)는 MK학교 학생이었다. 선교회 대표들은 한국 MK의 0.6%는 전문적 상담 및 정신건강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정국 KWMA 사무총장은 이날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MK와 그 이후 MK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시 중요하게 이야기했던 MK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이들이 부모를 이어 선교하기 원하지만 오늘날 많은 MK 출신들은 미국, 유럽 등에 살고 있다"며 "선교사 자녀까지 선교의 부르심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선교적 마인드가 풍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며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할 것을 요청했다.

박필훈 사랑의교회 세계선교회 목사는 "미국의 경우 싱글선교사의 모금 기준이 한 달에 3천5백불, 4인 가족은 7~8천불에 이르는 데 비해 한국은 4인 가족 모금 기준이 한 달에 1천5백~2천 불 정도"라며 "선교사 재정의 30% 정도를 교육비에 쓰며 MK들을 서구 선교사와 동일한 MK학교, 국제학교 등에 보내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버지를 따라 1985년 태국으로 건너가 성장한 박승훈 전도사는 "주위의 많은 선후배 MK들이 주일에 교회조차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 진학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온 MK들의 새로운 환경 및 문화 적응 과정을 이해하고 배려하여 한국교회에 잘 적응하도록 선교사 부모, 교회, 선교단체에서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MK 전문가, 관련 단체들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역교회 목회자, 성도들이 MK 양육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MK 교육에서 최종 책임을 가진 선교사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며 MK 문제 해결을 위한 교사, 상담가 등 인적 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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