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선' 스틸 컷   ©부산국제영화제

이장호 감독이 장로가 된 후 만든 첫 작품인 영화 '시선'이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 첫 선을 보였다. 1995년 '천재선언' 이후 18년 만에 내놓은 이장호 감독의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이장호 감독   ©서울영상위원회

4일 해운대 메가박스 9관에서 열린 '시선' 무대인사(GV)에서 이 감독은 "저는 뒤늦게 장로가 되어서 하나님에게 다급하게 소원한 것이 '앞으로는 기독교 메시지의 영화만을 만들겠다'였다"고 말했다.

이날 이 감독은 "저는 기독교 영화를 배급해서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한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기독교에 대해 편견이 참 많다. 이번 부산 영화제에서도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상당히 영화제 측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제 개막작은 불교에 대한 영화였다"고 전했다.

그는 "불교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편견을 갖지 않고 이슬람, 이란, 이라크 영화에 대해서도 편견을 갖지 않는데, 기독교 영화에 대해서는 언제나 우려를 하고 있다"며 "너무 선교에 지나치게 과장 하는 영화들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다"고 우려했다.

이 감독은 "영화 내용과 같은 상황이었던 샘물교회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때도 상당히 많은 악플들이 인터넷을 도배 했고, 우리 영화도 기사가 벌써 조금 나갔는데 '기획비가 600억이 든 영화다'고 한다. 무슨 소리가 했더니 '샘물교의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600억이라는 돈을 한국 정부가 냈다'는 터무니없는 소문들, 악플들 때문에 이 영화의 기획비가 600억이 들었다는 비꼬는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가 신앙에 대해서는 굉장히 냉혹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결말 부분이 엔도 슈사쿠의 '침묵'의 그늘이 너무 짙지 않나?"는 관객의 질문에 "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바로 엔도 슈사크의 '침묵'이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 감동을 받아서이다"며 "개화기 때 순교 장면을 시나리오라이터인 조현진씨가 현대화 시키면 어떨지 권했고, 그 때 마침 샘물교회의 사건도 잊혀져가고 있었서 그것을 현대화 시키자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실제 이것은 침묵에 영향을 받아 마지막에 "침묵하시겠습니까?"라는 장면을 넣었다"고 밝혔다.

영화 '시선'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이장호 감독은 "정말 감사할 것은 18년 만에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18년 동안 광야훈련을 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또한 이 영화 제작비는 적어서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를 줄 수가 없었다. 거의 무료로 했는데 연극 하시는 분들이 도와 주셨다"고 전했다.

영화는 목사, 선교사, 장로 등으로 이뤄진 선교 그룹이 이슬람 반군에게 납치되고, 반군들은 정부에 반군 지도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에 인질들의 목숨을 위협하는데 반군 앞에 겁에 질린 선교 그룹은 서로를 불신하게 되며 내면의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내용이다.

이슬람 반군에 붙잡힌 선교 그룹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잘 되지 않고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에서 선교 그룹 개개인의 적나라한 실상이 드러나고 마침내 목숨이냐 종교적 신념이냐 택일하는 상황이 된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순교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들이지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타인이 죽는 걸 방치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봉착한다.

이장호 감독은 신상옥 감독이 만든 신필름에서 일하다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했고,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바보 선언'(1983) 등을 만들어 1970~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기독교 극영화 '시선'(God's eye view)을 위해 이 감독이 다니는 길교회(담임 김세재 목사)의 성도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릴레이 기도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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