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서 스스로 일상생활을 꾸려가는 90세 이상 초고령 노인 10명 중 6명꼴로 심각한 외로움과 영양 부족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 기능은 비교적 건강하지만, 정신적 소외감과 영양 결핍이 이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초고령 사회 대비를 위한 '한국인 초고령자 코호트 구축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혼자 생활할 수 있는 90세 이상 노인 118명(평균 92.3세)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과 정밀 검진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대상자의 57.6%가 심한 외로움을 느꼈고, 24.6%는 우울 증상을 보였다. 특히 전체의 57.6%가 영양불량 상태이거나 영양 부족 위험군에 속해식생활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에 따른 건강 특성 차이도 선명했다. 여성 노인은 70.8%가 영양불량 위험군에 속해 남성(41.6%)보다 영양 상태가 크게 취약했으며, 우울감 호소 비율(28.8%)도 남성보다 높았다. 반면 청력 저하 문제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객관적으로 더 심각한 수치를 기록했다.
종교 단체나 복지관 활동 등 80% 이상의 높은 사회 참여율을 보였음에도 성별에 따른 내부 고립감 격차는 컸다. 여성에 비해 사회 관계망이 협소한 남성 노인의 경우 사회적 고립 위험에 더 쉽게 직면하는 한계를 보였다. 한편 기기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음성으로 응답하는 '인공지능(AI) 안부전화' 서비스는 참여율이 95%를 넘어서며 향후 비대면 돌봄 기술의 높은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책임자인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신체 기능이 양호하더라도 내면에는 영양불량, 정신적 고립 같은 잠재적 취약성이 공존한다"라며 성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 전략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정부는 이번 예비조사를 바탕으로 대규모 역학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오는 2028년까지 서울, 대구, 강원, 전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90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모집해 '한국인 초고령자 코호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이번 추적 조사를 토대로 향후 한국형 고령사회에 걸맞은 맞춤형 의료 복지 모델의 과학적 기틀을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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