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할 수 없는 구원, 오직 믿음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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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3장 27–28절에서 바울은 복음의 핵심을 분명하게 선언한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근거는 자신의 공로나 선행이 아니다. 죄인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의롭다 함을 받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는다.

그래서 바울은 묻는다. “자랑할 데가 어디냐.” 그리고 곧바로 대답한다. “있을 수가 없느니라.” 구원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면 인간이 자랑할 것은 없다. 내가 무엇을 했기 때문에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기 때문에 구원받은 것이다. 내가 하나님께 나아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나를 찾아오셨다. 이것이 은혜다.

복음이 흐려지는 순간은 언제나 인간의 공로가 끼어들 때다. 하나님의 은혜에 무엇인가를 더하려는 순간, 복음은 더 이상 복음으로 남지 않는다. 행위와 의식, 공로와 자격을 구원의 조건처럼 붙들기 시작하면, 사람은 어느새 그리스도의 십자가보다 자신의 열심을 더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바울은 단호하게 말한다. 의롭다 하심은 행위의 법이 아니라 믿음의 법으로 주어진다.

믿음은 은혜를 받는 통로다. 믿음 자체가 공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천 년 전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구속의 사건이 오늘 나의 구원이 되기 위해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은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붙드는 것이다.

바울이 이 진리를 강하게 붙든 이유는 분명하다. 신앙의 부패는 하나님의 은혜를 인간의 행위와 공로로 바꾸려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갈라디아 교회 안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성령으로 시작한 신앙을 다시 육체의 행위로 완성하려는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을 복음의 진리에서 벗어난 길로 보았다.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은혜이며, 그 은혜는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자랑하고 있는가. 신앙의 연수, 봉사, 헌신, 지식, 선행을 은근히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선한 삶은 귀하지만,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유일한 자랑은 십자가다. 우리의 유일한 소망은 그리스도의 피다.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된다. 이 고백은 우리를 낮추고, 동시에 자유롭게 한다. 자랑할 것이 없기에 교만할 수 없고, 은혜로 받았기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우리는 자신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위에 서야 한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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