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동산교회 성도들
재개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한 교회 성도들 모습.(기사와 상관이 없는 사진입니다.) ©뉴시스

앞으로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에 있는 교회나 사찰 등 종교시설이 “대체 부지(땅)만 줄 테니 건물은 알아서 지으라”는 식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정부가 재개발 사업을 할 때 종교시설도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유치원과 같은 ‘복리시설’로 간주해 새 건물을 지어 공급해야 한다는 공식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적 사각지대를 악용해 종교단체에 수십억 원의 건축비 부담을 떠넘기던 재개발 조합의 관행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9일 정비업계와 교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법제처는 최근 재개발 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에 종교시설을 분양·공급 대상 건축물로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최종 유권해석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2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조합 측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아가페교회(담임 안종우 목사)가 정부 부처를 상대로 3년 넘게 법리 조정을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한 끝에 나온 결과다.

당시 신흥2구역 조합은 아가페교회가 소유했던 기존 교회 건물의 가치를 인정해 대물(건물)로 보상하는 대신, 대체 부지만 공급하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새 예배당 건축비는 교회가 전액 부담하도록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일반 아파트나 상가 소유주들이 기존 자산 가치에 따라 새 아파트나 상가 건물을 분양받는 것과 비교하면 명백한 역차별이었다. 재정 기반이 취약한 상당수 종교단체들은 이 같은 ‘건축비 폭탄’을 감당하지 못해 정든 지역에서 쫓겨나거나, 조합을 상대로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으로 맞서며 대립해 왔다.

정부는 이번 유권해석을 통해 주택법 시행령 제5조에 규정된 ‘복리시설의 범위’를 근거로 들어 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주택법상 복리시설은 입주민의 생활 복리를 위한 시설을 뜻하며, 여기에 종교시설이 명백히 포함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조합이 단지 내 상가를 건설해 조합원에게 공급하듯, 종교시설 역시 건설·공급 대상인 복리시설로 취급해 관리처분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부처가 함께 도출한 법리 연계 체계도 정밀하다. 국토교통부는 재개발 사업시행계획 인가 과정에서 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가 함께 처리(의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건축법상 용도 분류에 종교시설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인가된 사업계획 안에서 종교시설의 건설과 대체 부지 공급, 나아가 새 건축물의 분양권 부여까지 관리처분계획에 합리적으로 배분해 반영할 수 있다는 융합적 해석이다.

이번 유권해석은 전국 재개발 현장의 최대 화약고였던 ‘종교 부지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할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의 조례나 지침에만 의존해 법적 구속력이 약했지만, 중앙정부가 명확한 법적 지위를 공인함에 따라 종교단체는 기존 건물 가치에 상응하는 새 건물이나 건축비 지원을 조합에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조합과 종교계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한다. 이른바 ‘알박기’나 지루한 소송전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연되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고, 재개발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가페교회 측은 이번 정부의 공식 유권해석을 전국 교계 및 사찰 등과 공유해 재개발 구역 내 종교시설의 정당한 재산권을 지키는 나침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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