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의 중심 도시인 이르빌(Erbil)에서 활동하는 한 선교사가 전쟁 상황 속에서도 현지를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구 교회를 향해 “안락한 신앙의 영역을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음을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선교사는 이베로아메리카 선교운동의 지도부에 속한 인물로, 보안상의 이유로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스페인어 기독교 매체인 ‘디오리오 크리스티아노(Diario Cristiano)’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북부 지역의 상황을 전하며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기독교 공동체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라크 북부 이르빌, 잇따른 공격과 긴장 고조
선교사에 따르면 최근 이르빌 지역에서는 군사적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이르빌 북부 지역에서 약 100차례에 이르는 공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공격들은 민간 기반시설과 소수 공동체가 거주하는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독교인이 많이 거주하는 안카와(Ankawa) 지역에서는 한 아파트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르빌 국제공항 인근에서도 여러 사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48시간 동안만 해도 50차례 이상의 공격이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험 상황 때문에 여러 외교 공관은 자국민들에게 긴급 경보를 발령했다. 스페인 대사관 역시 시민들에게 즉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선교사는 지역 사회와 함께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우리가 ‘하나님이 보호하신다, 하나님이 지키신다,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가 먼저 떠난다면 우리의 사역이 어떤 의미를 갖겠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전력 위기까지 겹친 이르빌의 현실
현재 이르빌 지역은 군사적 긴장뿐 아니라 에너지 위기까지 겪고 있다. 선교사는 코르모르(Khormor) 가스전에서의 가스 수출 중단으로 인해 전력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 생산량이 최대 3,000메가와트까지 감소하면서 심각한 전력 부족이 발생했다”며 “하루에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이 두세 시간에 불과하고 길어야 다섯 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쟁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 공동체에 커지는 두려움
쿠르드 자치지역에는 아시리아인, 칼데아인, 투르크멘 등 다양한 종교·민족 공동체가 살고 있다. 이들은 과거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경험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어 최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선교사는 “사람들이 모이거나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격이 미군 기지 등 특정 군사 목표를 넘어 민간인이나 외교 공관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지역에서의 기독교 이미지 고민
선교사는 "이슬람 다수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일부 복음주의 교회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사용하고 있다. 때때로 기독교가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란의 정치 상황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이란 지하교회의 성장에 대한 기대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 정권 변화가 일어난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하교회로부터 큰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공개적 존재 필요성
이 선교사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교회 구조에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어도 북부 이라크의 교회들은 사회 안에서 더 가시적이고 제도적인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며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될 때 교회는 즉각적인 박해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구 교회 향한 도전 “안락한 신앙 벗어나야”
이 선교사는 특히 서구 교회를 향해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서구 교회, 특히 히스패닉과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교회들은 복음을 실제 삶 속에서 살아내는 신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그 신앙이 교회를 안락한 영역에서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북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사역 단체들은 현지 사역을 위한 재정 지원과 현지 인력 채용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간 내에 이 지역으로 새 선교사들이 많이 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지 사역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인력과 사역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제 교회 공동체에 기도를 요청했다. 기도 제목으로는 지역 가정과 소수 공동체의 안전, 복잡한 상황을 지혜와 분별력으로 대응하는 것, 그리고 요르단과 레바논 등 주변 국가들의 상황을 위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그는 “우리가 비둘기처럼 온유하면서도 뱀처럼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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