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건강학회와 한국성경신학회는 12일 오후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지훈 목사)에서 제5회 심포지움을 ‘샬롬시티, 건강도시, 일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움은 1부 예배, 2부 논문 발표로 진행됐으며 예배는 김지훈 목사의 사회로 드려졌다. 최수남 목사(보배비전교회)가 대표기도를 드렸으며 이승구 목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남송석좌 교수)가 ‘악인에게는 평강이 없다’(이사야 57:17-21)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어 최성대 목사(기독학술원 수사)의 축도로 예배 순서가 마무리 됐다.
이어진 논문 발표는 박창균 박사(서경대학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조무성 교수(고려대학교 정부행정학부 명예교수 / 글로벌건강도시연구원 원장)가 ‘건강도시의 선구자, 도산 안창호와 유일한 박사에게 미친 세 선교사의 영향: 샬롬시티 관점에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조 교수는 “성경신학회는 1997년 창립 이후 ‘교회와 문화’라는 학술지를 통해 교회가 교회답게 서고, 복음이 삶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꾸준히 고민해 왔다. 이제 내년이면 30주년을 맞게 되는데,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부족함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와 비전을 따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행정학자로서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 왔고, 특히 암 투병을 지나면서 연구가 단순한 이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실제 사람들의 삶을 살리는 생활 행정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건강도시’라는 개념을 접했고, 이것이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샬롬의 가치와 깊이 맞닿아 있음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샬롬 시티’는 단순히 살기 좋은 도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과 하나님 나라를 전제로, 인간의 영적·정신적·신체적·사회적·환경적 영역이 함께 회복되는 도시를 말한다. 반면 건강도시는 모든 시민의 삶의 질과 전인적 건강을 추구하는 보편적 개념이다. 두 개념은 출발점은 다를 수 있지만, 이웃 사랑과 삶의 질 향상, 전인 건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이 보편적 광장에서 복음의 빛을 드러내야 한다. 복음은 말로만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의료, 복지, 공동체, 환경을 통해 실제 도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통전적 사역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사역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언더우드, 밀러, 마포삼열 같은 초기 선교사들은 단순히 복음만 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학교를 세우고, 병원과 의료 사역을 펼치고, 교회 공동체를 형성하며, 도시와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사역을 감당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적 샬롬 시티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도산 안창호 역시 구세학당과 밀러, 언더우드의 영향을 받으며 성경과 근대 학문, 공동체적 삶을 경험했고, 이후 점진학교 설립과 교회 개척, 이상촌 운동을 통해 인격주의적 샬롬 시티의 모델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박사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그는 선교사에게 직접 복음을 배운 경우라기보다, 마포삼열의 영향을 받은 부친 유기연의 신앙과 가정교육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관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이후 유한양행과 유한학원, 사회 환원과 청지기적 기업 운영을 통해 기업을 통한 샬롬 시티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한 사람은 교육과 인격 형성, 공동체 운동을 통해 사회를 세우려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기업과 재단, 교육과 보건을 통해 국민의 삶을 섬기려 했다. 이 두 흐름은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의 두 날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조 교수는 “결국 오늘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초기 선교가 보여준 통전적 유산이다. 교회는 영적인 사역만 말하고 사회와 도시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사회적 실천만 말하면서 복음의 본질을 잃어서도 안 된다. 영적·정신적·신체적·사회적·환경적 차원에서 예수님을 닮은 제자를 길러내고, 그 제자들이 시민사회 속에서 믿지 않는 이들과도 소통하며 공공선을 이루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 사명을 붙든다면, 오늘의 도시와 다음 세대, 나아가 세계를 향해 다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황경철 박사(CCC/ 국제복음과공공신학연구소)가 ‘일과 영성에 대한 공공신학적 모색: FWIA 세미나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황 박사는 “오늘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교회 안의 신앙이 왜 교회 밖의 삶, 특히 직장과 일상 속에서는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느냐는 점이다. 여러 조사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호감도가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이 공적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성도들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고, 한국 사회의 직장인은 약 2,900만 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교회는 주일 예배와 교회 봉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실제 일터에서 마주하는 돈, 성공, 관계, 경쟁, 윤리, 갈등의 문제에 대해 신학적이고 실천적인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해외와 국내에서도 일과 영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폴 스티븐스는 교회가 여전히 성직자 중심 구조에 머물러 평신도의 일터 소명을 충분히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미로슬라브 볼프는 직업이 계속 바뀌는 현대 사회에서는 성령의 은사를 따라 노동과 소명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팀 켈러 역시 도시 직장인들의 삶과 신앙을 연결하기 위해 ‘페이스 앤 워크 센터’를 세웠다. 국내에서도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을 넘어 일상과 직장 안에서 신앙이 작동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결국 일의 신학은 교회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흐름 속에서 ‘FWIA(피아) 세미나’는 직장과 신앙을 연결하려는 실제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FWIA는 ‘Faith and Work in All Nations’의 약자로, 직업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소명과 이웃 사랑의 자리로 바라보게 돕는다. 종교개혁 전통에서 말하는 직업 소명론과 만인제사장 사상에 따르면, 강단에서 설교하는 사역자뿐 아니라 직장에서 일하는 성도 역시 하나님 앞에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나 노동은 선교를 위한 수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하나님 앞에서 예배가 되고 이웃을 섬기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피아 세미나에 참여한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어떤 이들은 평일의 노동도 하나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또 어떤 이들은 돈과 성공을 소유와 성취의 관점이 아니라 청지기적 책임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다리’, ‘씨앗’, ‘중보자’, ‘섬기는 리더’로 표현한 이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흔들리는 촛불’, ‘연습생’, ‘휴지통’처럼 직장 안에서 느끼는 불안과 취약함을 고백한 이들도 있었다. 이것은 일터 영성이 단순히 자신감과 성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무력감, 두려움까지도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끝으로 황 박사는 “물론 이러한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직장인들이었기 때문에 한국 직장인 전체의 현실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이주 노동자처럼 더 취약한 노동 환경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일터 영성을 개인의 태도 변화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노동 구조와 직장 내 괴롭힘, 불평등, 공정, 책임의 문제까지 더 깊이 다뤄야 한다. 주일의 신앙이 월요일의 노동을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공공신학은 아직 충분히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교회의 회복은 예배당 안의 열심만이 아니라 직장 안에서의 진실성, 책임성, 정의와 공공선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심포지움은 이어 질의응답 시간으로 이어졌으며 모든 순서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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