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인간 이해는 전통적인 인간 이해에서 다소 소홀했던 육적인 차원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데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를 보면 육적인 차원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반해 영적인 차원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즉 구령을 위한 복음화 사역에 대하여는 개종주의나 제국주의 잔재 등의 딱지를 붙이면서 피하거나 매우 소극적으로 이 일을 수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구조악을 타파하고 경제적 착취, 정치적 조작, 군사력, 계급 지배, 심리적 통제 등의 타파에 참여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확립되도록 노력하는 데는 매우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즉 에큐메니칼 신학에서 이해하는 구원은 수직적인 차원보다 수평적인 차원에 더 많은 강조점이 부여되는 듯 하며, 영적인 차원보다는 물질적인 차원 그리고 미래적인 차원보다는 현세적인 차원이 더 강하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구원은 죄의 용서나 하나님과의 화해 그리고 영원한 삶과는 다소 거리가 멀며, 인간화로서의 구원에 강조점이 주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복음 전도와 구령에 강조점을 두는 전통적인 접근과는 달리 죄로 인해 나타난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부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전통적인 인간 이해가 영적인 차원에 강조점을 두었다면, 에큐메니칼 진영의 인간이해는 육적인 차원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을 전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희생을 대가로 지불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칠 때에 이루어지는 사역이다. 기독교는 그 창시자인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고, 그의 제자들도 모두 순교하였고, 그 후로도 기독교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로 점철되면서 오늘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독교의 역사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흘린 피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성도들이 피를 흘리면서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영적인 차원이 더욱 소중하고 우선적이며 이 삶을 위해서라면 육적인 생명까지도 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러한 믿음은 인간의 육적인 생명은 길지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데 비하여, 영적인 생명은 무한한 가치가 있으며 마지막 아담이셨던 그리스도는 바로 이 생명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자신의 육적인 생명을 바치셨다고 이해하였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은 계속해서 이 생명 얻는 도를 온 세상에 전파하도록 제자들을 보내셨다고 (마 28: 18-20, 행 1:8) 믿었으며, 이런 이유로 기독교 역사 속의 성도들은 이 세상에서의 생명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구령의 열정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와 같은 철저한 신앙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전 세계적으로 삼분의 일 이상의 성도들에 의해서 고백되고 있다. 이러한 신앙이 아니었다면 그리스도인들은 구령사역을 위하여 육적인 생명을 드리는데 인색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기독교 신앙은 이만큼 널리 전파되지 않았거나 벌써 이 땅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슬람을 비롯한 타종교는 왕성한 부흥을 이룩하는 데 비하여 기독교는 선교의 본산지였던 유럽은 물론이고 비서구권에서 세계 선교를 주도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한국교회마저 성도가 감소 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큐메니칼 인간 이해가 구령 열정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승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