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침례회 총회 본부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 위치한 남침례회 총회 본부. ©구글맵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SBC)가 여성의 목사, 장로, 감독 직분 수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명문화한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SBC 연차총회에서 총대들은 앨버트 몰러 주니어(Albert Mohler Jr.) 남침례신학교 총장이 발의한 이른바 ‘진리와 연합 수정안(Truth and Unity Amendment)’을 찬성 6,028표, 반대 2,026표로 가결했다. 찬성률은 74.66%로,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을 넘겼다. 전체 투표 가운데 20표(0.25%)는 무효 처리됐다.

다만 해당 개정안이 SBC 헌법에 최종 반영되기 위해서는 내년 연차총회에서 다시 한 번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SBC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교회가 충족해야 할 조건을 새롭게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협력 교회는 “회중 앞에서 설교하는 것을 포함해 목사·장로·감독의 직분이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성을 인정하거나 임명하거나 지지해서는 안 된다.”

이번 표결은 전국 교단이 지역 교회에 어느 정도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반대 입장을 밝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 소재 제일침례교회(First Baptist Church)의 더그 마이즈 목사는 SBC가 이미 여성 목회자를 인정하는 교회를 다룰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현재의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우리가 가져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여성 담임목사를 둔 SBC 소속 교회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침례교 신앙과 메시지(Baptist Faith and Message)에 목사의 직분은 남성에게만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정안 지지자들은 미국 사회 전반에서 성별과 교회 지도력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캔자스주 메이즈 제일침례교회의 설교목사인 콜린 스모더스는 개정안이 “성경에 충실한 조치”라며 “오늘날 문화는 모든 영역에서 성별 개념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좌우 어디를 둘러보아도 성별에 대한 혼란을 발견할 수 있다”며 “목사 직분과 관련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확인함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우리의 반문화적 헌신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모더스는 발언 직후 토론 종결 동의를 제안했고, 총회는 이를 승인해 최종 표결에 들어갔다.

한 총대는 기립 투표를 요청했으나, SBC 헌법 개정안은 반드시 개표가 가능한 투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다른 총대는 퇴임을 앞둔 SBC 회장 클린트 프레슬리에게 이번 개정안이 여성 교사나 사역 책임자, 선교사 등 현재 다양한 사역 리더십 역할을 맡고 있는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프레슬리는 “개정안은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고 답했다.

앞서 몰러 총장은 지난달 유튜브 영상을 통해 SBC 헌법 제3조 1항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이 개정안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해당 조치가 교단 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몰러는 과거 SBC가 동성애 생활양식과 활동을 지지하는 교회와의 협력을 제한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그 조치는 SBC의 신념을 분명히 했고 진리 안에서 더 깊은 연합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세대 동안 이 문제가 SBC 내부에서 반복적인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 효과를 보여준다”며 “목사 직분 문제 역시 같은 방식의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개정안은 지난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SBC 연차총회에 상정됐지만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찬성표는 3,421표로 전체의 60.74%를 차지했으나,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미주리주 퍼거슨 제일침례교회의 제임스 고포스 목사는 “남침례회는 지역 교회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일부 실천적 차이가 있더라도 선교 사명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담임목사 제도에는 반대하지만, 해당 개정안이 교단의 관심을 “진짜 적과의 싸움”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SBC 총대들은 이번 연차총회에서 기존 운영 규정을 일시 중단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원래 내년 총회에서 첫 표결이 예정돼 있던 몰러의 개정안은 올해 총회에서 곧바로 첫 번째 승인 절차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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