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의 일본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 조치가 국내 수입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관계 부처와 업계가 참여한 점검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 강화 조치가 국내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중국의 조치가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한·중·일 공급망 구조상 일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차질이 국내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정부는 국내 수급에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의 대일 이중용도 수출통제 강화 배경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이중용도 품목의 일본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군사 사용자나 군사적 용도뿐 아니라 일본의 군사 역량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타 모든 최종 사용자에 대해서도 이중용도 수출통제 품목의 대일 수출이 금지됐다.
중국 상무부는 또 제3국을 경유해 중국산 이중용도 품목이 일본에 제공되는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중국의 통제 조치를 위반할 경우 중국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조치가 일본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관계부처·업계 합동으로 공급망 영향 점검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관계 부처를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의 업종별 협·단체, 소부장 공급망센터, 산업연구원 등 유관 기관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가 우리나라를 직접 대상으로 한 조치는 아니지만, 일본 내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수입과 산업 전반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중국의 핵심 광물, 일본의 가공 소재, 한국의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한·중·일 공급망 구조의 연계성이 높아, 어느 한 축에서 발생한 충격이 다른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특히 일본이 중국산 이중용도 품목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일본산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남아 있는 국내 산업에도 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일 소부장 의존도 완화 성과와 남은 과제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장은 회의에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생산기반 확충과 수입국 다변화가 추진되면서 대일 소부장 의존도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일 소부장 의존도는 2019년 16.9%에서 2024년 13.9%로 낮아졌으며, 당시 취약 품목으로 분류됐던 100대 품목의 일본 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30.6%에서 20.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는 “한·중·일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특정 국가가 받는 충격이 3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취약 품목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구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희토류 중심 공급망 리스크 대응
정부와 업계는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 조치로 국내 공급망에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디스프로슘과 이트륨 등 중국의 세계 생산 점유율이 높은 중희토류를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 가능성을 점검하고,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의 이중용도 통제 품목과 연관된 국내 대일 수입 품목에 대해 국내 생산 확대 가능성과 수입 대체처 확보 여부를 선제적으로 점검해, 잠재적인 수급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안보 공급망 대응 체계 강화
정부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지난해 10월 16일 발족한 관계기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산업안보 공급망 TF로 확대 가동하기로 했다. 무역안보관리원과 코트라(KOTRA) 수출통제 상담데스크를 통해 기업의 수급 애로가 발생할 경우에도 즉각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우리 산업과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과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강화해 외부 공급망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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