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65세 법정 정년연장입법 연내통과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모습. ⓒ뉴시스
과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65세 법정 정년연장입법 연내통과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모습. ⓒ뉴시스

2025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의견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공은 정부와 여당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9일 현재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부와 국회에 연내 법정 정년연장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을 비롯해 정년연장을 골자로 한 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 국정 과제를 통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단계적 65세 정년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내 입법 추진을 약속하며 노동계 요구에 호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법정 정년연장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시간을 끄는 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고 입장 차가 뚜렷한 만큼, 추가 협의는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등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경사노위는 지난 5월 공익위원안을 통해 ‘계속고용의무제’를 제시하며 입법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했지만, 노동계는 해당 안이 정년 유지 수준에 머문다며 경영계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민주당 특위에서도 7개월 동안 노사 협의가 진행됐지만, 법정 정년 상향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경영계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5일 기자단 오찬 자리에서 “사측과의 연내 합의는 어렵다고 보고, 이제는 정치권과 직접 협의할 것”이라며 “결정권은 국회와 정부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노사 입장은 충분히 확인됐으며 더 이상의 접점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민주노총을 찾아 노동계의 ‘연내 입법’ 요구를 청취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연내 입법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간사 김주영 의원실 관계자도 “노사 협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오는 18일 열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년연장안이 상정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에 대해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퇴직 후 재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법적 강제보다는 자율적인 고용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노동계 모두 단계적 정년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경영계 주장이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 핵심 과제는 임금체계 개편과 청년 일자리 문제다.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연장이 시행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층 고용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60~64세 근로자의 고용 비용이 연간 30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4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도 임금체계 조정 없이 정년연장을 시행했던 2016년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평균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 위축 우려가 현실적인 과제로 지적되는 이유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유연한 자세로 협의에 임할 것”이라며 “노동계도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년연장 논의는 결국 노사 협의 단계를 넘어 정치권의 결단을 기다리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공약을 이행해 연내 입법을 완료하길 요구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청년층 고용 위축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안에 국회가 정년연장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와 경제 현실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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