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회장 안인섭 박사)는 8일 서울 우이감리교회(담임 박용성 목사)에서 ‘디아스포라와 통일’을 주제로 제28회 멘사토크 학술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세계 곳곳의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통일의 주체로 재조명하고, 복음적 평화통일의 비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화 〈헤로니모〉와 〈초선〉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은 기조발제에서 “디아스포라는 한반도의 미래다”라고 선언하며 “분단의 상처를 넘어 세계 속에서 한민족이 이미 통일의 가능성을 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한반도 안에서만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좁다.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보면 우리는 이미 하나의 조국을 넘어선 인류적 네트워크 안에서 존재한다”며 “그 속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은 국적이 아니라 ‘기억과 신앙’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언급하며 “쿠바의 한 조선인 후손을 찾아가 ‘당신은 한국인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나는 조국을 본 적이 없지만 조국이 나를 본다고 믿는다’고 대답했다. 그 고백이야말로 디아스포라 신앙의 본질”이라며 “국경 밖의 한인들이 바로 통일의 영적 주체”라고 강조했다.
전 감독은 또한 “남북의 분단선은 흙 위에 그어진 선일 뿐, 마음속의 분단은 신앙으로만 녹일 수 있다. 복음은 그 경계를 초월하는 언어이며, 하나님 나라의 시선으로 보면 남과 북, 해외와 본국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통일을 ‘정치적 사건’으로만 이해한다면 또 다른 분열을 낳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관계의 회복’으로 본다면, 디아스포라의 존재 자체가 이미 통일의 증거”라며, “이제는 통일을 바라보기보다, 통일을 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박동찬 소장은 ‘분단을 거부하는 디아스포라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발제에서 분단을 물리적 경계가 아닌 “사유의 구조이자 내면화된 폭력”으로 규정했다.
박 소장은 “오늘의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땅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분단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고방식”이라며 “분단체제는 단지 군사적 경계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언어, 감정, 심지어 종교 안에까지 스며든 구조적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한 갈퉁이 말한 직접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의 구분처럼, 오늘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는 모두 분단체제의 그림자다. 남북의 이념 대립이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통일을 말하기 전에, 먼저 ‘먼저 온 통일’을 포용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수많은 탈북민 등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을 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일은 수학 공식처럼 ‘1+1=1’이 아니라 ‘1+1=2’의 확장”이라며 “진정한 통일은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과정이며,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교회와 신앙의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아신대학교 정지웅 박사는 ‘재미 디아스포라를 통한 국제적 역량과 통일역량 강화 방안’발제에서 “미주 한인사회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이며, 복음통일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주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현재 미국에는 약 250만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한민족 디아스포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단순한 이민 집단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영역에서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시민들”이라며 “그들이 신앙과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할 때, 한반도 통일 담론은 국제사회 속에서 현실적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 곳곳에 진출한 한인 차세대는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니다. 의회, 학계,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들이 한반도 평화 이슈를 글로벌 의제로 제기할 때 통일의 여론 지형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이제 한국교회는 국내 중심의 통일선교를 넘어 ‘글로벌 통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미주 한인교회와 세계 각지의 교회들이 연합해 복음통일의 외교적 채널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인권의제, 종교자유 논의 속에서 한인 디아스포라가 신앙적 목소리를 낼 때, 복음통일의 외교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것은 단순한 정치 로비가 아니라 신앙의 증언이자 선교의 확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2세, 3세 한인들이 한반도의 역사와 신앙을 배우지 못하면 통일은 그들에게 낯선 단어가 된다”며 “차세대에게 통일교육과 민족교육, 성경적 세계관 교육을 병행해 ‘글로벌 통일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재미 한인사회가 통일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한인교회가 신앙 공동체를 넘어 지역사회 속에서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서야 한다”며 “예배당 안의 복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실천되는 복음이 통일의 토양이 된다”고 역설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