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다이어트 약’ 등으로 불리며 오남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ADHD 치료제의 적정 처방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과다 처방 병원에 대한 조사와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6월부터 ADHD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를 의료용 마약류 투약 내역 확인 대상에 포함시켰다. 의사가 처방 전에 환자의 최근 1년간 투약 이력을 확인하도록 권고해 중복 처방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메틸페니데이트를 대량으로 처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의료기관이 환자 한 명에게 연간 1만 정이 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처럼 과다 처방된 환자들이 방문한 의료기관 중 43.8%는 현재 수사 의뢰가 이루어진 상태로, 관리 부실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ADHD 확정 진단을 받지 않고도 비급여 처방을 통해 약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점 역시 오남용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급여 처방은 처방 사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보건당국의 감독 범위를 벗어나 있어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다. 일부 환자들은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타인의 명의로 비급여 처방을 받는 방식으로 감독망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정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단기간 비급여 처방이 과도한 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있지만, 환자가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해 대리 진료를 받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처방 집중은 약품 공급 불균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는 비교적 원활히 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지만, 지방 중소 의료기관이나 약국은 약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의 한 약사 황은경 씨는 “대학병원 등에서는 약을 쓸 수 있지만, 동네 병원은 처방하고 싶어도 약이 부족하다”며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이 정작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처럼 중독성과 오남용 위험이 높은 마약류 의약품의 경우 병원뿐 아니라 도매상, 약국 등 유통 전반에 걸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정 이사는 “비급여로 처방받더라도 모든 처방 내역이 기록으로 남는 만큼, 환자의 약물 노출 이력을 면밀히 확인해 오남용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비보험 처방을 통한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고,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처방 시 약물의 오남용 위험성을 환자에게 명확히 안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ADHD 치료제 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교육기관과 보건당국이 협력해 약물 오남용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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