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센터장 송한나, 이하 NKDB)가 27일 오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2025 북한인권·종교자유백서 발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개회식, 세미나 순으로 진행됐으며 개회식에서 송한나 센터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진 세미나에서 이승엽 조사분석팀장(NKDB)이 '2025 북한인권백서 주요 데이터·실태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북한 인권 실태: “기록이 존재하는 한 침묵 않는다”
이 팀장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NKDB)는 20년 넘게 탈북민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내 인권 침해 사건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왔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수집된 사건은 8,696건, 관련 인물은 5만 7,440명에 이르며, 누적 기록은 총 14만 6,136건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증가폭은 감소했는데, 이는 탈북민 입국자 수의 급감과 북한 내부 접근성의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사건은 탈북민과 목격자 인터뷰를 통해 수집되며, 전체의 90% 이상이 피해자 혹은 그 가족의 직접 증언에 기반한다. NKDB는 이 증언들을 국제인권법의 피해자 보호 원칙에 따라 분류하고, 장기적으로 사법 절차에 활용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록된 사건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함경북도와 중국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탈북민이 최초로 머무는 지역이자 체포와 강제송환이 빈번히 일어나는 장소로, 북한 내부 접근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주요 증언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함경북도는 국경 지대 특성상 탈북 경로의 중심지로 인권 침해가 집중되며, 평양은 정치적 통제가 강한 지역으로 정치범 처벌과 추방 사례가 주기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시대별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생명권과 자유권 침해가 급증했고, 국가 주도의 폭력과 공개 처형, 불법 구금, 강제노동이 빈번히 발생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경제난 완화와 함께 일부 권리 침해가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표현과 정보 접근의 자유가 크게 제약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 침해 가해자의 대부분은 북한 정부 기관 소속 인물로, 약 78%가 보안·안전기관 등 권력 구조 내 인물들이다. 피해자의 80%는 일반 주민이며, 그중 1만 3천 명 이상이 이미 사망한 상태로 기록돼 있다. 절반 이상의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직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NKDB는 이러한 통계를 단순한 수치로 보지 않는다. 여전히 은폐된 사건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며, ‘기록이 존재하는 한 침묵하지 않는다’는 사명으로 매년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북한 인권의 실태를 밝히는 이 기록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향후 정의 실현의 근거로 남겨지는 귀중한 역사적 증거다”고 했다.
이어 임순희 총괄본부장(NKDB)이 '2025 종교자유백서 주요 데이터·실태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종교 자유, ‘0%의 현실’… “침묵은 개선이 아니다”
임 본부장은 “북한의 종교 자유 실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절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종교를 외세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 아래 신앙 활동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2008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는 북한 종교자유백서는 17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95% 이상이 ‘자유로운 종교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2017년 이후로는 사실상 100%가 종교의 자유가 없다고 응답했다. 평양의 칠골교회와 봉수교회 같은 공식 예배처소가 존재하지만, 주민 대다수는 이를 ‘정권이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시설’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비공식적 예배나 기도 활동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고 했다.
이어 “종교 활동이 적발될 경우 정치범수용소 수감이나 공개 처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북한 인권침해 사건 중에서도 생명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분류된다. 종교와 관련된 인권침해 사건은 현재 2천여 건 이상 기록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목격자의 간접 증언이며, 본인이 직접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처벌이 잔혹하고, 신앙을 고백하는 순간 생명이 위협받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이후 탈북민 수가 급감하면서 북한 내부 상황을 확인하는 통로가 막혔고, 코로나 이후에는 정보 접근조차 극도로 제한되었다. 그 결과, 통계상 종교 박해 사건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선’이 아니라 ‘침묵’과 ‘말살’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북한의 종교 문제를 논하는 것은 단순히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선택의 자유를 회복하는 문제다. 종교를 ‘마약’이라 규정하며 탄압하는 북한 정권 아래에서도 여전히 일부는 신앙을 간직한 채 목숨을 걸고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숨과 헌신이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한국교회와 국제사회가 선교를 넘어 인권 개선의 영역까지 함께 나서야 한다. 종교는 강요나 전도가 아니라, 억압 속에서도 인간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어야 한다. 북한 주민이 언젠가 자신의 의지로 신앙을 선택할 수 있는 날, 그것이 진정한 복음의 완성과 인권의 회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승현 센터장(NKDB 인권침해센터)이 '현 시점에서의 북한인권 피해자에 대한 법적 구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북한 인권 피해자 구제, “법과 정의의 사각지대를 넘어”
윤 센터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주제는 ‘북한과 북한 주민의 법적 지위’다.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을 반국가단체이자 동시에 평화적 통일의 대화 파트너로 본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지만, 개별 법률에서는 외국인에 준한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인권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국내 사법기관을 통해 민사나 형사상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국군포로 및 탈북민을 중심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되어 일부는 공시송달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외국에서 강제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등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송달 및 집행 과정에서 법적 공백이 생기고,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이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로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법원에서 제기된 북한 인권 피해자 민사소송이 있다. 미국에서는 고(故) 오토 웜비어 사건이 대표적인 예로, 북한 정권이 가해자로 지목되어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고 실제 집행까지 이뤄졌다. 일본에서도 북송 재일교포 출신 탈북민들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강제집행과 관련해 남북경협재단이 보유한 북한 저작권료를 압류 대상으로 지정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법원은 북한을 법인격이 없는 단체로 보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대법원이 해당 추심금 소송을 심리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북한 인권 피해자들의 실질적 민사적 구제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적 구제의 영역에서는 북한 최고위층의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적 책임 추궁이 논의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이미 북한의 체계적 인권 탄압을 ‘반인도 범죄’로 규정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실제 회부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그럼에도 헌법상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한국이 로마규정 비준국이라는 점에서 ICC의 관할권을 인정할 여지는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 가해자들이 남한으로 입국했을 경우 형사 재판이 가능하지만, 북한 내 고위 당국자에 대한 기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건의 증거가 명백할 경우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궐석 기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 인권 피해자 구제의 핵심은 결국 정부의 결단과 국민적 인식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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