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지자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규제지역 지정에 대한 지방정부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세제와 공급 대책을 놓고 엇박자가 드러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서울 자치구 구청장들은 지난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지정(서울 전 지역)은 서울시 및 자치구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지방자치의 협력 구조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즉각 철회 또는 최소화 ▲정부·서울시·자치구 3자 정책협의체 구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 완화 중심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아파트 매매 시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실거주 2년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낀 ‘갭투자’가 차단된다. 구청장들은 이로 인해 거래 위축과 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성명에는 강남 3구를 포함해 마포·강동·광진 등 ‘한강벨트’ 15개 자치구가 참여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10개 자치구는 불참했다.
광역자치단체 역시 정부의 대규모 규제지역 지정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0·15 대책은 다소 과도한 규제라 생각한다”며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 직전에 유선상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셈”이라고 밝혀 정부의 사전 협의 부족을 지적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밝힌 “서울시의 일부 우려는 있었지만 반대 의견은 아니었다”는 설명과 배치된다.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 차이는 주택 공급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9·7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 주도형 공급을 확대하려는 반면,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 2.0’을 앞세워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을 두고 이견이 감지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속 조치로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 등 세제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부동산 세제를 납세자의 지불 능력에 맞게 조정하는 응능부담 원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제 강화보다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주택시장안정화TF는 공공 주도 공급 확대와 민간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방안을 병행하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보유세 강화를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진성준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의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위협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라며 “보유세 강화에 대해 보다 용기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자체, 여야 간의 입장 차이가 지속될 경우 정책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면 시장은 불확실성을 더 크게 인식하게 된다”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협의 구조를 복원하고 조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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