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도서 「사랑아 사랑아」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태어나 ‘천재 소녀’라 불리며 목포여고에 진학했던 김유심 작가는, 결혼과 가정이라는 시대적 현실 속에서도 문학과 신앙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구순을 넘긴 지금까지 정치·사회·종교를 아우르는 글을 꾸준히 발표하며, 삶의 깊은 성찰과 날카로운 통찰을 세상에 전해 왔다. 그의 신간 <사랑아 사랑아>는 인생의 황혼에서 터져 나오는 고백이자, 한 평생을 신앙으로 살아낸 이의 ‘사유의 증언’이다.

김 작가는 이번 책에서 자신을 ‘날지 못하는 새’인 키위에 빗대어,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어쩌자고 그리도 짜잔하게 살았을까”라고 자조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자기비하가 아니다. 오히려 날지 못했기에 더 많이 기도했고, 더 깊이 노래했으며, 그 안에서 감사의 이유를 발견했음을 고백한다. 이카로스의 날개 대신 땅을 기업으로 받은 삶이었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읽어낸 시선은 담담하면서도 울림이 크다.

앞서 《이 또한 나의 생긴 대로》, 《내가 이 길을 가는 것은》, 《하나님은 무엇을 기다리고 계시나》 등을 통해 한국 교회의 병폐, 여성 목사 안수, 종교 비즈니스, 주기도문 논쟁 등 굵직한 신앙 현안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시와 짧은 산문을 통해 더 내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랑합니다 아버지」에서는 오직 한 문장, “사랑합니다 아버지”만으로 신앙의 고백을 완성하며, 다른 어떤 수식어보다 순전한 믿음의 언어를 보여준다.

<사랑아 사랑아>는 노년의 고요 속에 깃든 삶의 지혜를 품고 있다. 「인생은 가위바위보」에서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살아가는 인생을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실패와 승리가 순환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전한다. 「병아리의 행복」에서는 하루하루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버틸 수 없음을 인정하며, 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단순하고도 깊은 신앙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소설가도, 수필가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누군가가 그의 글을 읽고 “생각이 전과 조금 달라졌다”고 말할 때,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고백한다. 글을 통해 자는 영혼이 깨어나길 바라는 소망, 그리고 그 소망을 붙든 채 천국에 들어가기 전 ‘특별한 일’을 기대하며 오늘도 비상할 준비를 하는 마음이 책 전반에 흐른다.

<사랑아 사랑아>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날지 못하는 새의 시선으로 본 세상, 그 속에서 건져 올린 믿음과 사랑의 조각들, 그리고 그것을 시와 산문이라는 그릇에 담아낸 한 노년 신앙인의 마지막 외침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느 순간, 저자의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당신은 날고 있는가, 아니면 날개 없는 자리에서 더 깊이 기도하고 있는가?”

삶이 단조롭고 믿음이 무뎌졌을 때, <사랑아 사랑아>는 그 단조로움 속에서 발견되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리고 깨닫게 한다. 날지 못한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날개 없는 자리에서도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믿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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