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감리교회 강성일 원로목사가 여든다섯 해에 걸친 신앙 여정을 담은 여섯 번째 신앙에세이 <잡상난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잡다한 생각들의 혼란스러운 기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 평생 예수 그리스도로 호흡하며 살았던 목회자의 깊은 통찰과 정제된 신앙 고백을 담아낸 진중한 영적 일기이다.
150편에 이르는 단상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체계적 이론보다는 신앙의 현장성과 진정성을 강조한다. 강 목사는 종말 신앙과 성육신 신앙을 신앙의 두 축으로 삼고, “항선주(恆先主)” 즉 ‘범사에 하나님을 우선시하는 삶’과 “신기독(慎其獨)”이라는 코람데오의 의식을 삶의 중심에 둔다. 그리고 이 모든 신앙의 동력은 십자가로 확증된 하나님의 은혜와, 그 은혜를 날마다 호흡하는 기도의 삶에서 비롯된다고 고백한다.
그의 고백은 단지 개인적인 종교적 감상에 머물지 않는다. 강 목사는 현대 교회를 향해 정직하고도 아픈 통찰을 던진다. 그는 지금의 교회가 심령 불감증에 걸려 하나님의 음성에 무감각해졌으며, 형식주의와 위선의 틀에 갇힌 ‘바리새적 신앙’에 경도되었다고 지적한다. 강 목사는 지금이야말로 진짜 예수의 삶을 살아가는 성육의 신앙, 곧 말씀을 ‘살아 움직이는 복음’으로 실천하는 신앙이 절실한 때라고 역설한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무사심(無私心)의 사랑, 즉 십자가로 증명된 하나님의 순백의 사랑을 강조한다. 이 사랑은 조건 없고 계산 없는 사랑이며, 인간관계에서도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섬기며, 낮은 자리를 자청하고, 용서와 기도로 이웃을 품는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저자는 임마누엘과 샬롬이라는 두 단어로 자신의 신앙 고백을 집약한다. 임마누엘의 신앙은 매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는 의식이며, 그 신앙을 따라 살아가는 자만이 세상에서 초월적인 행복, 곧 천국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신학 교과서나 설교집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책이다. 대신,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한 신앙인이 자신의 삶 전체를 관통해 얻은 진리의 보석을 꾹꾹 눌러 담은 고백록이다.
<잡상난기>는 세상과 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살아 있는 말씀’으로 다시금 복음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예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오늘을 사는 독자들이 어떤 믿음을 따라야 하는지를 묻고 또 일깨운다. 특별히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경고장이자, 위로의 편지이며, 영혼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