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복귀를 앞두고 환자단체를 직접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장기화된 의정 갈등 속에서 발생한 의료 공백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의료 현장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공의들이 환자단체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측의 대화 복원과 신뢰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한성존 위원장을 포함한 전공의 4명이 안기종 대표를 비롯한 연합회 산하 10개 단체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전공의 측은 이 자리에서 전공의 사직 사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1년 5개월 이상 지속된 의정 갈등으로 인해 국민들께서 겪으셨을 불편과 불안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사태의 장기화에 의료계 역시 책임이 있으며, 일부 의료계 인사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또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의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젊은 의사들도 중증 및 필수의료 재건과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과 같은 일방적인 조치는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재건하는 일"이라며 "이번 만남이 환자와 의료인 간의 단절된 유대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들의 복귀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앞으로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대표는 "의료현장을 집단사직 방식으로 떠난 뒤 집단행동을 1년 6개월째 이어온 점에 대해 전공의들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생명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있었고, 일부는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며 "향후 이러한 필수 분야에서의 공백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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