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제도권 투자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장벽과 금융당국의 보수적 기조로 인해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ETF를 통해 디지털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코인베이스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대한 ETF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를 자제하라는 구두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7년 제정된 행정지도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행정지도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 매입, 담보 취득, 지분 투자 등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로 인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가상자산 관련 ETF 상품을 기획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ETF는 1,000종을 넘지만, 가상자산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은 전무하다. 이는 금융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ETF 시장의 다양화를 시도해온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도 비트코인 공모펀드 출시를 검토했으나, 결국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고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ETF의 기초자산은 주식, 채권, 통화, 파생상품 등으로 한정돼 있으며, 가상자산은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법 개정 없이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의 출시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행법상 유권해석을 달리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켜야만 ETF 상품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당국이 코인베이스나 서클 등 관련 기업 비중을 제한한 것도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시그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처음 승인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했다. 이는 수년간 시장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려해온 기존 입장을 철회한 조치로, 디지털 자산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자본시장에 편입되는 상징적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해외 가상자산 현물 ETF를 국내 증권사를 통해 투자하는 길조차 막혀 있다.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과 비교해 한국이 상당히 뒤처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도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총선과 대선을 통해 가상자산 ETF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한국형 비트코인 현물 ETF'를 주제로 한 국회 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이 디지털자산 기반 ETF 제도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통과 시 다양한 금융상품의 출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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