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파편
도서 「바벨의 파편」

히브리어와 한국어, 전혀 다른 두 언어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는 것일까? 신간 도서 <바벨의 파편>은 성경을 묵상하는 중 발견한 히브리어와 한국어의 놀라운 유사성을 기록한 언어 묵상집이다. 저자 최중철 목사(파주 한국소망교회 담임)는 이 책에서 단순한 발음의 유사성을 넘어, 단어의 뿌리와 의미를 비교하며 한국어의 기원을 새롭게 고찰한다. 이 책은 인류 언어의 혼란을 불러온 바벨탑 사건을 떠올리며, 마치 흩어진 언어의 파편 속에서 잃어버린 공통의 언어 흔적을 되짚어가는 묵상의 여정을 펼친다.

최중철 목사는 구약성경의 히브리어 본문을 오랜 시간 묵상해 온 가운데, 히브리어 단어 160여 개가 한국어 단어와 발음뿐 아니라 뜻까지 유사한 경우가 빈번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뚜렷한 공명들이 발견되었고, 그때부터 그는 성경 속 언어와 한민족 언어의 접점을 파헤치는 영적·언어적 탐구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예로 히브리어로 ‘아버지’를 뜻하는 ‘아브(אב)’는 우리말 ‘아비’, ‘아버지’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는 단순한 음운의 유사성을 넘어, 의미까지도 정확히 겹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이름에도 이 ‘아브’라는 어근이 들어가며, 히브리어로는 ‘열국의 아비’라는 뜻을 지닌다.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뜻하는 히브리어 ‘엠(אם)’ 역시 우리말의 ‘어미’, ‘에미’, ‘이모’와 어감이 닮았고, 의미상 연관성을 이룬다. 창세기 2장 24절에서 ‘부모를 떠나’라는 구절에서 ‘아브’와 ‘엠’이 함께 등장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성경적 해석을 넘어서 언어의 뿌리를 탐색하며, 인류의 고대 언어가 어떻게 흩어졌고, 어떻게 흔적을 남겼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묵상의 기록이다. 저자는 정통 언어학자가 아니며, 이 책 또한 학술 논문이 아니라 신앙인의 묵상으로 엮은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이 글을 통해 히브리어의 깊이 있는 어근을 배우는 동시에, 한국어의 뿌리와 말의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된다.

흥미로운 예시는 또 있다. 히브리어 ‘싸가르’는 ‘닫다’, ‘폐쇄하다’, ‘넘기다’라는 뜻을 지니는데, 저자는 이를 한국어 ‘싸그리’와 연결 지었다. ‘싸그리’는 남김없이 몽땅, 말끔하게 없애는 의미로 쓰이며, 맥락적으로 ‘싸가르’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히브리어 ‘힌’(아름다움, 우아함)은 한국어의 ‘흰’, ‘희다’와 연결된다. ‘희다’라는 말의 본래 의미가 단순히 색이 아닌, 깨끗하고 고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묵상이 더해진다.

한편 히브리어 ‘페하’는 ‘총독’ 혹은 지방관을 의미하는 관직의 명칭인데, 이는 한국어 ‘폐하(陛下)’와도 발음이 유사하고, 위엄 있는 통치자를 높여 부른다는 의미에서 뜻의 울림도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폐하’는 한자어지만, 발음상의 유사성과 권위적 직함이라는 공통점은 독자에게 다시 한번 언어의 신비로움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책은 히브리어와 한국어의 언어적 유사성을 밝히기 위한 학술서가 아니라, 말씀 묵상 중 하나님의 지혜를 체험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밝힌다. 그는 언어가 단지 전달의 도구가 아닌, 하나님과 인간을 연결하는 깊은 영적 통로임을 고백하며, 성경을 묵상하며 언어에 담긴 하나님의 손길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평소 히브리어, 성경 언어, 혹은 언어의 기원에 관심이 있는 신자들은 물론, 신학자, 목회자, 성경 공부를 깊이 하고자 하는 평신도들에게도 색다른 영감을 제공할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언어의 신비와 하나님의 창조적 손길을 발견하고, 그 파편들 사이에 깃든 복음의 흔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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