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케냐의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이 국가지역인 국가청사(State House) 내에 교회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루토 대통령은 “나는 교회를 지은 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마귀가 화났다면, 그가 할 수 있는 대로 하면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건축이 전적으로 개인 자금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공공 예산은 단 1센트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CDI는 건축비에 대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교회 건축에 약 12억 케냐실링(한화 약 92억 원)이 소요됐다고 알려졌으며, 이 수치는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루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300석 규모의 교회가 어떻게 12억 실링이 들 수 있겠는가? 11층짜리 건물도 3억 5천만 실링 정도면 충분하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가청사 전속 목사인 베나드 은자기(Benard Njagi) 목사도 공식 입장을 내고, 실제 건축에 소요되는 예산은 2,000만3,000만 실링(한화 약 1억 5천만2억 3천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예배당이 너무 낡고 춥기 때문에 아이들이 예배 도중 폐렴에 걸릴 수 있는 등 건강상 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예배를 위한 안전하고 현대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대통령에게 했다”고 전했다.
은자기 목사는 이번 예배당 건축이 성공회뿐 아니라 가톨릭과 이슬람 신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종교 공동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슬람 예배 공간과 가톨릭 예배당도 함께 설계되어 있으며, 국가청사 내부에서 다양한 종교를 포용하는 구조로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현행 성공회 예배당은 2020년 당시 마가렛 케냐타(Margaret Kenyatta) 영부인의 후원으로 지어졌으나, 공간이 협소하고 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DI는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케냐 무신론자협회(Atheists in Kenya Society)는 루토 대통령의 교회 건립이 헌법 정신에 반하는 행위이며,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형태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독교 민족주의를 조장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케냐 국민들의 반응 또한 엇갈리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공교육 예산 부족, 낙후된 공공의료시설, 기초 인프라 미비 등 국가의 긴급한 현안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교회 건립이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교회가 국가청사 안에 위치함으로써, 이 건축물이 공공 감시에서 벗어나 투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CDI는 이와 유사한 논란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고 밝혔다. 2020년 가나의 나나 아쿠포아도(Nana Akufo-Addo)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에 감사하며 수도 아크라(Accra)에 국립 대성당을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하나님께 약속드렸다. 2016년 두 차례 실패 끝에 승리를 안겨주셨으니,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성당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초기 건축 자금 일부가 공공예산에서 지출되었으며, 해당 프로젝트는 완공되지 못한 채 부패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 현재는 2025년 재집권한 존 드라마니 마하마(John Dramani Mahama) 대통령 정부에 의해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