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신성모독법의 남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추진된다
파키스탄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신성모독법의 남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추진된다.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신성모독법의 남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추진된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5일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Sardar Ejaz Ishaq Khan 판사)에 의해 공식적으로 지시된 것으로, 법원은 연방정부에 30일 이내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번 지시를 통해 지난 수년간 허위 고발과 협박, 사이버 함정 수사 등을 통해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되고, 심지어 극단주의자들의 자의적인 폭력에 희생되는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고소인 가족들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IA) 산하 사이버 범죄 부서의 반신성모독 유닛, 일부 변호사, 민간인이 공모하여 주로 청년들을 온라인에서 여성 신분의 함정계정으로 유인한 뒤, 신성모독적 내용을 유도해 공유하게 만들고, 이를 증거 삼아 돈을 갈취하거나 고소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돈을 내지 않을 경우 실제 기소되어 극단적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소송은 2024년 9월 처음 제기됐으며, 고등법원은 약 10개월간 42차례 이상 심리를 진행한 끝에 위원회 구성을 명령하게 됐다. 위원회는 4개월 이내에 조사를 마쳐야 하며, 필요 시 법원에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파키스탄 안보연구소(CRSS)에 따르면 1947년부터 2021년까지 총 701건의 신성모독 사건이 발생했으며, 피고인은 1,415명에 달했다. 이 중 89명이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1986년 당시 지아 울 하크 장군 정권이 신성모독을 사형죄로 강화한 이후 사건 수는 급증했다.

국가인권위원회(NCHR)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0년 11건, 2021년 9건이던 신성모독 사건이 2022년 64건, 2023년 213건, 2024년 7월까지 767건으로 폭증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사건의 대다수가 FIA 사이버 범죄 부서와 민간단체의 공조로 이뤄졌으며, 포르노 및 신성모독적 콘텐츠로 유인해 함정에 빠뜨리는 수법이 자주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신성모독 혐의를 받은 이들의 종교 분포를 보면 947명이 무슬림, 421명이 비무슬림으로, 이 중 225명은 기독교인, 174명은 아흐마디교도였다.

특히 2011년에는 신성모독법 개정을 주장했던 펀자브 주지사 살만 타세르가 경호원에 의해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해 국제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열린 법정에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핵심 인물로 추정되는 여성 코말 이스마일(별명 "이만")의 실종도 쟁점이 됐다. 그녀는 여러 함정 수사의 중심 인물로 의심되고 있었으나, 소환에 불응한 뒤 국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어 법원이 그녀의 신분증을 정지하고 출국을 금지한 바 있다.

청원 측 변호사 이만 마자리-하자르는 “이번 판결은 무고한 희생자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희망을 준 결정”이라며 “수백 명의 청년들이 함정 수사로 기소되어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 하디 알리 찻타는 “FIA와 극단주의 성향의 변호사들이 연결된 신성모독 산업의 실체가 드러나길 바란다”며 “이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현명하게 대응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위원회 구성은 고등법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며, 전직 대법원 또는 고등법원 판사, 전직 FIA 고위 간부, IT 전문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관은 현직 판사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편, 신성모독 고소를 주도해온 법률 단체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법률위원회(LCBP)'의 지도자 셰라즈 아흐마드 파루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신이 우리에게 이 성스러운 사명을 맡겼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로 사형 판결을 받은 이들도 존재하나, 실제 집행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극단주의자들의 자의적 살해는 수차례 발생했으며, 특히 소수 종교 공동체들이 그 표적이 되곤 했다.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약 96%가 무슬림이며, 오픈도어선교회(Open Doors)의 2025 세계 감시 목록에 따르면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국가 중 8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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