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기독교철학회 춘계학술대회
2025년 한국기독교철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자 기념 사진. ©한국기독교철학회 제공

한국기독교철학회(회장 김종걸)가 주최한 2025년 춘계학술대회가 최근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글로벌비전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는 ‘인공지능(AI)과 기독교철학’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AI 기술이 가져오는 윤리적·신학적 도전에 대해 깊이 있이 있게 논의하고, 기술이 사회 전반을 재편하는 이 시대에 교회와 기독교 철학은 어떠한 응답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김종걸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제 인공지능은 더 이상 과학자나 자본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 교회, 철학의 화두”라며 “기독교의 공적 역할을 새롭게 성찰하는 담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2025년 한국기독교철학회 춘계학술대회
김종걸 박사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철학회 제공

◇ 디지털 커먼스로서의 인공지능, 교회의 새로운 사명

첫 번째 발표는 숭실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의 김희준 박사가 맡았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커먼스와 공동체: 행위자-연결망과 덕의 형성’이라는 제목으로, AI를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할 ‘디지털 공유재(Commons)’로 이해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박사는 AI를 단순한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디지털 공유재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공유재 개념과 현대 디지털 기술 환경에서의 공유 가치가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덕의 형성은 기술 시대의 윤리적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직면한 윤리적 도전들(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정의, 프라이버시 침해, 디지털 격차 등)은 법적 규제나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충분히 다룰 수 없다”며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 즉 공동체적 덕의 형성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신뢰, 정의, 책임, 배려, 소망과 같은 덕목들은 디지털 공유재 환경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으며,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윤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기반이 된다”고 했다.

이어 “하우어워스가 강조했듯이, 덕은 개인의 내면적 성향이 아니라 공동체적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성품”이라며 “따라서 디지털 공유재는 자원 공유의 이해를 넘어 공동체적 덕을 형성하는 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관계 단절이라는 사회문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윤리적 도전 중 하나이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넘어선 관계적 가치, 즉 정의와 나눔을 중심으로 하는 덕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둘째로 ANT의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은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행위자로 이해될 수 있다”며 “물론 인공지능을 도덕행위자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위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비인간 행위자로서, 우리의 도덕적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비단 종교 경험으로 국한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의 경험은 무수한 연결망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며, 절대적으로 다른 개체와의 연결로 인식, 경험, 이해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은 우리 공동의 삶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이웃이자 행위자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공지능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틀로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복합적이고 관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접근”이라며 “인공지능은 도구도, 인격적 존재도 아닌, ‘실천적 참여의 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김 박사는 “셋째로 교회는 공유재적 구조 속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새로운 윤리를 길러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는 디지털 공유재에 참여하며 새로운 윤리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윤리적 감별자 역할,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기술 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직하는 신학적 작업,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신앙교육과 기술 감수성 교육을 포함한다. 교회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기독교적 덕을 형성하는 공동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넷째로 인공지능 시대에 디지털 공유재에서의 덕의 형성 및 실천을 통해 새로운 윤리적 지평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는 개인주의와 소유주의를 넘어선 공유와 협력의 윤리,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관계적 존재론, 그리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넘어선 정의와 돌봄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디지털 공유재에서의 덕의 실천은 기독교 신앙의 전통과 일치하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인공지능 시대의 교회는 디지털 공유재의 참여자이자 감별자로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덕의 형성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 AI기본법에 대한 성찰, 법과 신학의 만남

두 번째 발표에서는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오유석 교수가 ‘인공지능기본법에 관한 비판적 고찰’을 주제로 국내외 AI 관련 법제를 비교 분석했다. 오 교수는 “한국의 AI기본법이 기술 진흥 중심의 시각에 편중되어 있으며, 윤리적 책임이나 사회정의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럽연합의 AI 법안(EU AI Act), 유네스코의 AI 윤리 권고안 등과 비교해 국내 법안이 갖는 한계를 드러내고, AI 기술에 대한 규제와 혁신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또한 AI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 영향 받는 자의 권리 보호, 허용 불가한 관행 명시 등 보다 구체적이고 윤리 중심의 법률 개정 방향을 제안했다.

아울러 “인공지능기본법에도 적응적 거버넌스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사안에 관해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는 없다. 따라서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부터 우선적으로 규율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여러 당사자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차근차근 규정해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먼저 인공지능이 인간 존엄과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됨을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인공지능을 금지하며, 신뢰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 및 활용할 방안을 규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한국기독교철학회의 정기총회와 함께 침례교역사관 투어가 진행되었다. 이날 한국기독교철학회 신임 회장으로는 숭실대학교 신응철 교수가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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