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는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며 "저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번 대선 패배의 원인을 단순히 비상계엄 사태나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심판으로만 보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과 자해적 정치 행태에 대한 국민의 질책이 함께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조차 뒷짐 지는 모습, 내부 권력 투쟁에 매몰된 행태, 민주당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며 자해 정치로 나아간 모습에 당원과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자신이 다시 원내대표직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당시 여당으로서 국가적 위기와 당의 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대 야당의 강행 법안에 맞서고,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감내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당내의 지속적인 도발과 인격 모독까지도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퇴는 돌발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권 원내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며, 중진 의원으로서 먼저 책임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퇴가 당내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원총회가 패배의 원인을 직시하고 올바른 보수 재건을 위한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내려주신 회초리를 겸허히 수용하며,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한 지난 윤석열 정부 3년의 실패와 22대 총선 참패 이후 심화된 계파 갈등이 지지층의 결속을 약화시켰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더 이상 분열은 없어야 한다. 이제는 보수와 중도가 화합하고 쇄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권 원내대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들이 과연 민생보다 더 시급한가"라며,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민생과 통합 중심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첫날이 가장 힘이 넘치는 시기인데, 그 힘은 정쟁이 아닌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1호 인사, 1호 정책, 1호 법안은 그 자체로 방향성을 보여주는 만큼, 민생과 통합을 중심에 두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2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당내 혼란이 가중되던 시점에 원내대표에 취임했다. 이후 1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16일에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당의 중심을 지켰으며,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전까지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회의장을 빠져나갔으며, '의총장에 다시 들어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번째 원내대표직이었고, 애초에 오래할 생각이 없었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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