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을 집권 여당이 밀어붙인 데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진보진영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했을 때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허위 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인데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독소조항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사실상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규탄했다.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국가 중심의 규제와 처벌만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법안의 전면 폐기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정 법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지지하거나 모두 반대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선 보수·진보진영 모두가 반발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법률안이 보수 진보 양쪽에서 배척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이나 허위 정보를 규제하겠다는 취지라고 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요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구조적 위축이다. 개정안에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이에 대해 행정적 규제와 민·형사상 책임을 대폭 강화했는데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악의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극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명확성이 결과적으로 국가와 행정기관이 표현의 경계를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를 만들어 언론과 시민사회에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불법 또는 허위 정보를 고의적, 의도적으로 유포해 타인 또는 공공의 법익을 침해하는 자를 엄단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게 되면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유발될 것이다.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법적 제재 틀 안으로 끌어들인 것도 문제다. 해당 법안에 나오는 ‘증오심’이란 단어는 매우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다. 이런 추상적 용어를 가지고 법적 제재 수단으로 사용하는 건 법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 소지가 있다. 합리적인 비판과 가치관의 표현까지 ‘증오 표현’로 매도하는 법 규정 자체가 국민에겐 위험한 비수로 돌아올 수 있다.

동반연 등 교계 단체가 이 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동성애 및 동성혼에 대해 반대하고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들어 비판해도 이를 증오·혐오로 규정해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게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하도록 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제재와 징벌의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다. 제재 수준이 아니라 과징금 폭탄을 안겨 아예 파산시키겠다는 건 데 단순한 허위 불법 정보 방지 목적이 아니라 반대와 비판 목소리를 아예 틀어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더 위험한 건 현행법의 명예훼손 규정을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바꾸려는 숨은 의도다. 그렇게 되면 과학적 사실이나 객관적 진실을 말해도 상대방이 “내 법익이 침해됐다”라고 주장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를테면 교회에서 목사가 “동성애는 성경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설교해도 동성애자가 내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고발하면 처벌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보수 시민사회는 물론 진보진영에서까지 법안의 궁극적인 목적이 허위 정보를 근절하려는 것보다 진실을 말하는 입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교계는 종교적 신념, 과학적 견해, 사회적 가치관에 대한 비판적 표현까지도 ‘증오표현’으로 낙인찍어 규제하려는 시도에 대해 사실상 온라인 ‘차별금지법’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허위 정보를 막기 위해 동원하는 법적 수단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 박탈하는 수준까지 가는 건 이 법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만일 국가가 허위 정부의 폐해가 크니 너희 자유 쯤은 압수해도 좋다는 게 이 법 제정의 목표와 방향성이라면 이미 자유민주주의의 선을 넘은 것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언론과 모든 정보는 국가 통제하에 있었다. 당시 국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열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표현의 자유’ 훼손이다. 그런데 민주화 시대에, 그것과 군부독재 권력과 치열하게 맞싸운 걸 훈장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이 즐비한 민주당에서 ‘온라인 검열법’을 만들어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려는 걸 뭐라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쏟아지는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수를 점유한 여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법안에 담긴 독소조항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자유를 억압한 입법 독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철퇴를 내릴 수도 있고,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것저것 다 떠나 인권을 부르짖어온 정당이 국민의 기본권을 옥죄는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선 정치적 이중성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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