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반미 시위가 격화되면서 교회와 선교학교 등 기독교 기관에 대한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고 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된 반미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한 가운데, 파키스탄 당국은 주요 기독교 시설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과 준군사 조직은 라호르, 카라치, 이슬라마바드 등 주요 도시의 교회와 선교학교, 기독교 기관 주변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이는 중동 정세에 대한 분노가 기독교 공동체나 서방과 관련된 기관을 겨냥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번 보안 강화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사건 이후 촉발된 시위와 맞물려 시행됐다. 해당 사건 이후 파키스탄 여러 도시에서는 친이란 시위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카라치 미 영사관 충돌 등 시위 격화…사망자 발생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는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 단지로 진입하려 하면서 큰 충돌이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가 영사관 외곽 경계를 넘어 진입을 시도하자 미국 해병대 경비 인력이 발포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이와 함께 이슬라마바드 외교 구역과 라호르의 미국 영사관 인근에서도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북부 길기트발티스탄 지역에서도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이어지며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8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충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파키스탄 내무장관 모신 나크비는 평화적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강조하면서도 폭력과 파괴 행위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각 지방 정부는 대규모 집회를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민감 지역에 레인저스와 군 병력을 배치했다.
기독교 시설 보안 강화…교회와 선교학교 경계
파키스탄의 기독교 공동체는 인구 약 2억4천만 명 가운데 약 1.37%를 차지하는 종교적 소수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종교적 긴장이나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 때 기독교 공동체가 공격 대상이 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당국은 주요 교회와 선교학교, 기독교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경계 조치를 강화했다.
라호르에서는 주요 교회와 선교 교육기관, 기독교 밀집 지역 주변에 추가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이슬라마바드에서도 교회와 기독교 기관이 위치한 F-6와 G-8 구역을 중심으로 유사한 보안 조치가 시행됐다.
특히 미국 장로교가 후원하는 역사적인 교육기관인 포먼 크리스천 칼리지(Forman Christian College University)는 보안 우려로 인해 이틀 동안 캠퍼스 운영을 중단하라는 지방 당국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교육 기관의 사명을 지속하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 지도자들 평화 호소…소수 종교 공동체 보호 강조
파키스탄 기독교 지도자들은 긴장 고조 속에서 평화와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 여러 교회에서는 주일 예배에서 평화를 위한 특별 기도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교회 라호르 교구의 나딤 캄란 주교는 국가의 안정과 모든 공동체의 보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력이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무고한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 카라치 영사관 공격 이후 미국 정부는 라호르와 카라치 영사관의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의 출국을 허용하고 파키스탄 내 미국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가 “지정학적 갈등 속 소수 종교 공동체 위험 증가”
펀자브 주의회 의원이자 전 인권·소수자 담당 장관을 지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은 지정학적 갈등이 종교적 감정과 결합될 경우 소수 종교 공동체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 주변에 신속하게 보안 병력이 배치된 것은 정부가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갈등이 파키스탄 내 시위로 확산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반미 정서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빠른 동원으로 인해 긴장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키스탄 기독교 공동체 관계자들은 현재 지역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며 교회와 학교, 주거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 개발 전문가 "아딜 레흐마트는 파키스탄 기독교인 역시 같은 국가의 시민으로서 중동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기독교 공동체가 비난이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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