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부르즈 함무드 지역의 전선 옆에 걸려 있는 나무 십자가. ©Aid to the Church in Need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Beirut)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면서 약 3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격으로 2024년 말 이후 유지돼 온 취약한 휴전도 사실상 붕괴됐다.

가톨릭 구호단체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에 따르면, 3월 2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레바논 수도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으며, 오전 2시 30분경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10차례 이상의 공습이 이뤄졌다.

폭발음은 케사르완(Keserwan) 지역까지 들렸으며, 레바논 남부와 베카 계곡(Beqaa Valley)에서도 추가 공습이 보고됐다.

ACN에 따르면 약 50개 마을에 대피 경고가 내려지면서 수천 가구가 차량을 이용해 긴급히 피난길에 올랐다.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남부 교외를 빠져나가는 주요 도로는 곧 극심한 정체를 빚었고, 많은 가족들이 수 시간 동안 도로에 발이 묶였다.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사이다(Saida)에서 ACN과 통화한 멜키트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엘리 아다드(Elie Haddad) 주교는 “미사일이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며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사이다 자체는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공공 건물들이 임시 대피소로 전환됐다. 국립학교들은 피난민 가족들을 수용하고 있으며, 교구 센터들도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의 재확산은 주말 동안 발생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발생했다. 해당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여러 이란 고위 인사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최근 몇 달간 이어져 온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북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드론 공격을 감행한 상황 속에서 지역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레바논 교회 지도자들은 이미 인도주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 타이레(Tyre) 교구의 멜키트 주교는 폭력이 계속될 경우 자신의 교구에서만 약 800개의 기독교 가정이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칸다르 주교는 “사람들은 지쳐 있다”며 “자녀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지역 교회의 목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무고한 사람들 곁에 머무는 것”이라며 “그들의 고통을 듣고 함께 기도하며, 인간의 존엄이 하나님 앞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티르 지역의 마론파 주교 차르벨 아달라(Charbel Abdallah)는 많은 주민들이 아직은 고향에 머물고 있지만, 국경 인근 마을의 기독교인들이 점차 떠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바알베크(Baalbek)-데이르 엘 아흐마르 교구의 마론파 주교 한나 라흐메(Hanna Rahme)는 바알베크 지역의 무슬림과 기독교 가정들이 데이르 엘 아마르(Deir El Ahmar)로 피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이전 충돌 당시 피난처로 사용했던 장소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교회와 학교, 특히 성 노라 교회(St Nohra Church) 등은 피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다. 시설이 이미 수용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라흐메 주교는 “누구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 공동체의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진 것으로 그들을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Zboud의 ‘선한 봉사의 수녀회(Sisters of the Good Service)’가 운영하는 학교에는 현재 약 100명이 피난해 있으며, 수녀 조이슬린 주마는 “건물이 이미 가득 찼다”고 전했다.

그녀는 “지금은 안전하지만 곧 우리 차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교구는 폭력이 더욱 심화될 경우 식량과 긴급 구호 물품, 피난민 지원을 위해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 단체의 중동 정책 책임자인 윌리엄 벨(William Bell)은 “영국 정부는 지역의 인도주의적 고통이 통제 불가능한 위기로 확대되기 전에 전쟁을 즉각 끝내기 위해 긴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 주교인 굴리 프랜시스-드콰니(Guli Francis-Dehqani)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중동 지역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이번 공격과 그에 대한 보복은 이란과 중동 전역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포와 불확실성, 그리고 파괴를 가져왔다”며 “더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갈등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교황 레오(Pope Leo)는 군사 행동 대신 대화를 촉구하며 “안정과 평화는 상호 위협이나 무기가 아니라, 진지하고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