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 민원 대응 체계의 실효성과 교권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숨진 교사 A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의 가족으로부터 반복적인 민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유사한 양상으로, 교사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구조적 한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A교사는 학생 간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항의성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렸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교육청은 서이초 사건 이후인 지난해 8월,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민원 대응을 학교 차원에서 담당하도록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고인의 사례는 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마련된 개선안에 따라, 교장은 민원 대응의 책임자가 되고, 교무와 행정 민원은 각각 교감과 행정실장이 처리하는 구조로 전환되었으며, 교사들의 개인 전화번호 대신 안심번호를 도입해 외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줄이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A교사의 개인 휴대전화에는 학생 가족으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건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당 교사가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민원을 직접 감내했음을 시사한다.
서이초 사태 이후, 교사단체들은 아동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실효성 있는 민원 대응 체계 마련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실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된 건수는 총 4,234건으로 이 중 3,925건(약 93%)이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이는 2023년의 5,050건보다는 줄었지만, 2020년(1,197건), 2021년(2,269건), 2022년(3,035건)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침해 사례 가운데는 교사의 언행이나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거나, 반복적인 전화 및 면담 요청, 폭언·협박을 동반한 민원 제기 등이 포함됐다. 교사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악의적인 민원이라도 별다른 제재 없이 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극심한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중학교는 학생과의 직접 소통이 많아 전화번호를 숨기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실이 아닌 민원에도 제재가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개인 연락처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담임교사에게 민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핵심 문제"라며 "아동학대, 안전사고 관련 소송 시 무혐의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법률 지원조차 받을 수 없어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민원 대응 체계의 운영 실태를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단체와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를 바탕으로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민원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향후 경찰 조사와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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